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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페이지 내용 : naeiledu 29 문법은 어렵다? 흥미진진한 언어 변천사 외국어를 좋아하긴 했지만, 언어학의 존재를 정확 히 알게 된 건 3학년 때 들은 언어와 매체 수업에 서였다. 문법 규칙을 암기하는 일을 곤욕스러워하는 학생들이 많지만, 성은씨는 언어의 변천에 숨은 배 경을 찾는 일이 흥미로웠다. “중세국어를 배울 때 우리말의 불규칙이 왜 생겼는 지 배경을 이해하면서 들여다보니 재미있었어요. 예 를 들어 우리말 ‘돕다’가 ‘도와’로 바뀌잖아요. 중세국 어에는 순경음 비읍이 있었는데, 이게 사라지면서 현대국어에서 ‘도와’가 됐거든요. 지금 관점에서 볼 때는 일관되지 않은 불규칙으로 보여 어렵게 느껴지 지만, 맥락이 있는 변천인 거죠. 문법 공부를 이렇게 접근하니 암기로 느껴지지 않았어요.” 언어의 이 같은 특징은 우리말에서뿐만이 아니었다. 일본의 피겨선수 아사다 마오가 김연아 선수에게 지 면서 ‘분하다’라는 표현을 써 반감을 불러일으킨 일 이 있었는데, 일본에서 이 말은 우리로 치면 ‘아쉽다’ 라는 의미에 가깝더라고. 역시 일본의 역사적 배경 과 관련있는 언어적 차이였다. “현재 국제적 갈등이 많잖아요. 문화나 언어에서 비 롯된 측면도 많을 거예요. 이미 번역은 발달해 있지 만, 언어를 꾸준히 연구하고 배워야 하는 이유가 여 기에 있다고 생각했어요. 단순한 직역만으로는 문화 적 차이에서 비롯되는 것들을 설명하기 어려우니까 요. 언어를 전공하고 싶었던 것도 이 때문이고요. 이 런 내용을 토대로 언어와 매체 수업에서 ‘언어와 사회’를 주제로 발표하기도 했어요.” 우리가 아는 영국 영어는 귀족층의 전유물? 번역가의 손을 거치지 않은 작가의 언어를 직접 읽어 보고 싶어 오만과 편견 등의 원서를 찾아 읽는 등 꾸준히 관련 활동을 해온 성은씨에게 해리 포터 시 리즈는 가장 기억에 남는 작품이다. “ 해리 포터 영화를 보면 버스기사가 숫자 8을 우 리가 알고 있는 ‘에잇’이 아닌 ‘옛’이라고 발음하더라 고요. 흔히 영국식 영어 발음이 다르다고는 하지만, 저는 이런 발음을 왜 처음 들어보는지, 왜 하필 이 특이한 발음을 버스기사가 구사하는지 궁금했어요. 찾아보니 여전히 귀족과 평민이 존재하는 영국에서 는 계층에 따라 발음이 다르다는 사실을 알게 됐죠. 우리가 익히 아는 영국식 영어는 귀족들의 발음이더 라고요. 이 주제로 교내 ‘인문사회탐구발표회’ 에서 ‘현대사회 속 언어가 부와 권력의 세습에 미치는 영 향’에 대해 발표했어요.” 조사해보니 영국에서는 다양한 발음이 쓰이고 있었 고, 영국 내 표준 발음은 주로 상류층들이 구사하며, 이 발음을 구사하는 인구는 영국 전체의 약 3%라는 사실을 알게 됐다. 노동자층이나 이민자들이 구사하 는 발음은 표준 발음과는 달랐다. 발음은 직업 선택 에도 영향을 미쳤다. “영국에서는 주로 귀족 학교에서 표준 발음을 구사 하는데, 학력 수준과 경제적 지위가 높은 이들이 대 부분 판사나 고위 공무원, 외교관 등의 직업을 갖고 있더라고요. 언어가 유리천장으로 작용하는 거죠. 영국 배우들 중 귀족 학교를 나온 사람들이 많은데, 우리에게 영국식 영어가 표준 발음으로 대표되었던 것도 그런 이유에서였어요.” 성은씨는 우리의 상황과 비교해 서울에서 지역 방언 을 쓰는 이들을 알게 모르게 특이하게 바라보는 차 별적 시선을 갖고 있었던 건 아닌지 반문하며 발표 를 마쳤다. 인공지능과 미래사회 배우며 자연어처리에 관심 언어 못지않게 지리 과목을 좋아했던 성은씨는 사회 교과에서 한국지리 와 세계지리 를 함께 선택하고, 진로선택 과목으로 여행지리 까지 모두 섭렵했다. “제게 지리는 암기 과목이 아니었어요. 예를 들어 네 팔에는 어린 소녀를 살아 있는 여신으로 숭배하는 ‘쿠마리’라는 독특한 문화가 있잖아요. 우리의눈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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3페이지 내용 : 30 Weekly Education Magazine 로 볼 때는 아동학대나 인권문제로 비칠 수 있지만, 다신교가 특징인 힌두교도가 많은 네팔에서는 사물 하나하나에 의미 부여를 해요. 인권적 측면에서 정 당화할 수 없는 문제지만, 어느 한 측면으로 낙인 찍 기보다 역사 문화적 배경을 이해하면 좀 더 열린 눈 으로 바라볼 수 있겠더라고요. 문화상대주의에 대해 많은 생각을 해볼 수 있는 과목이었어요.” 학교 지정이었기에 선택한 과목은 아니지만 인공지능과 미래사회 를 이수한 것도 지금 전공 선 택의 계기가 되었다. “고교학점제 선도지구 진로진학 특강에 한국외대 ELLT학과 교수님이 오셔서 ‘AI와 음성인식 기술’을 주제로 강의를 하신 적 있어요. 언어공학을 전공한 분이어서 기계 번역 등 다양한 분야에 응용되는 자 연어처리가 무엇인지 알기 쉽게 설명해주셨는데, 언 어를 활용해 접목시키는 분야라면 해볼 만하겠다는 생각이 들더라고요. 평소에 언어를 배울 때 우리말 을 형태소로 나눠 분석하는 걸 좋아했는데, 결국 컴 퓨터를 이용해 사람의 자연어를 분석하고 처리하는 기술이라고 하니 관심이 갔죠.” 정보 교사가 담당했던 인공지능과 미래사회 를 배 우며 대량의 데이터를 분석해 패턴을 추출하는 것이 인공지능의 기본 원리임을 이해했다. 올림픽 데이터 와 기후 데이터 등 실생활 데이터를 파이썬으로 분 석해 그래프를 그리는 프로그램 등을 작성해보면서 인공지능 프로그래밍에서는 양질의 데이터가 중요 하다는 점도 느낄 수 있었다. 언어는 좋아했지만 문 학에는 큰 흥미가 없었던 성은씨가 영어영문학과가 아닌, ELLT학과를 가장 가고 싶은 곳으로 꼽게 된 데 톡톡히 역할을 해준 과목이다. “열정 있다면 성적에 쫄지 말자!” 성은씨는 한국외대 ELLT학과에 수시 원서 세 장을 모두 할애했다. 학생부 교과 전형은 교과 성적을 기 준으로 봤을 때 다소 상향 지원이었기에 서류형과 면접형으로 나뉜 학생부 종합 전형에 모두 지원했 다. 특히 면접 비중이 높은 ‘면접형 전형’을 집중적으 로 준비했다. 결과는 서류형은 추가 합격, 면접형은 최초 합격이었다. “제가 워낙 사람을 좋아하는 성격이어서 공부할 때 도 친구들과 함께하는 게 훨씬 효율이 높았어요. 안 타깝게도 고1이 되자마자 코로나로 학교에 정상적 으로 나갈 일이 거의 없었어요. 그래서인지 1학년 1 학기 첫 시험 결과가 좋지 못했고요. 학교를 아예 안 나가니까 동기부여가 잘 안 되더라고요. 심적으로 좀 힘든 시기였죠. 3년 평균 등급이 2등급 초반이었 지만, 학교에서 하는 대부분의 활동에 적극적으로 참여하려고 노력했어요. 수시 원서를 쓸 때 안정권 이 아닌, 지원하고 싶은 대학과 학과 위주로 모두 결 정했거든요. 6회 지원 중 절반을 합격한 걸 보면, 후 회 없는 선택이었던 것 같아요. 후배들에게도 그 정 도 열의를 갖고 있다면, 교과 성적에 ‘쫄지 말라’ 고 꼭 얘기해주고싶어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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