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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페이지 내용 : naeiledu 27 법조인에서 사회 정책 연구원으로 호기심이 많은 데다 행동파였던 민혁씨는 사회에서 일어 나는 여러 현상을 탐구하는 것이 좋았다. 현상 속에서 보 이는 문제를 찾아내고, 해결하는 과정도 흥미로웠다. “보통 사회 정의 구현 하면 떠오르는 게 판사, 법조인이 잖아요. 저도 판사가 돼 사회에 문제를 일으키는 범죄자 에게 죗값을 묻고 정의로운 사회를 만들고 싶다는 생각에 로스쿨 진학을 꿈꿨어요. 그러다 정의로운 사회로 나아 가는 데 이바지하는 방법이 꼭 법조인이어야 할까 의문이 들었어요. 처벌로 사회를 변화시키는 것보다 사회의 직접 적인 정책이나 제도를 분석하고 연구하는 사회 정책 연구 원이 제가 원하는 방향에 더 맞겠다는 생각이 들었죠.” 처음엔 사회 정책 연구원이라는 직업이 있는지도 몰랐지 만, 사회 구성원과 여러 계층에 관심을 가지면서 긍정적 인 에너지를 만들어낼 수 있을 거란 생각이 들었다. 저출산과 고령화 문제, 이민자에서 해답을? 민혁씨는 통합사회 에서 국가 잠재 성장의 저해 요인으 로 저출산과 고령화 문제를 접하며 그 해결책에 관심을 가졌다. 답을 찾지 못해 고민하고 있을 때 우연히 읽게 된 책, 초예측 은 민혁씨에게 새로운 시각을 안겼다. “ 초예측 은 사피엔스 의 저자 유발 하라리, 총 균 쇠 의 저자 재레드 다이아몬드를 비롯해 인공지능 연구자 닉 보스트롬 등이 쓴 책이에요. 세계의 석학들이 모여 인류 의 미래를 위한 최선의 길을 모색한 책이지요. 저자들은 저출산과 고령화로 노동 인구가 줄어든 국가 문제의 해답 을 이민자에서 모색해요. 이민자는 전혀 생각해보지 않았 기에 사실 책을 읽으며 충격을 받았어요. 그동안 시야가 편협했다는 반성도 들었죠.” 이 책을 읽고 동아리 시간에 외국인 노동자 수의 증감과 국가 경제의 관계에 대한 가설을 세워 조사했다. 검증을 위해 이민정책연구원과 한국경제연구원 등 전문 기관이 발간한 자료도 찾았는데 외국인 근로자의 생산, 소비 활 동 참여로 유발된 생산 효과와 부가가치 효과가 80조 원 에 달할 만큼 크다는 걸 알게 됐다. “이민자 수용은 예민한 문제잖아요. 특히 단일민족을 강 조하는 우리나라에선 부정적인 시각도 많아요. 하지만 여 러 나라들이 부족한 노동력을 해결하기 위해 외국인 노동 자에 대한 정책을 바꾸고 있어요. 우리도 변해야 해요. 물 론 이민자들의 업무 숙련도나 생산 기여도를 끌어올려야 하고 내국민과 이민자 집단의 갈등 문제나 사회적 인식, 경제적 부담 등은 해결해야 할 문제죠.” 자국의 문제를 해결하기 위한 수단이나 도구로만 이민자 에게 접근하는 것은 또 다른 사회 문제를 일으킬 수 있다 는 데도 생각이 미쳤다. 다양한 관점에서 한 가지 사회 문 제를 생각해 본 신선한 경험이었다. 세특의 시작은 교과서, 도서 선택은 관심 있는 작가부터 학생부 종합 전형을 준비하면서 막막한 것 중의 하나는 교과 세특에 내 모습이 어떻게 담길지다. 민혁씨는 교과 세특은 독서와 교과서가 기본이라고 말한다. “교과서 단원의 마지막에 연계된 책 또는 학습 목표나 심 화 내용을 담은 책을 찾아 읽었어요. 교과서 지문 중 더 알고 싶은 내용을 찾아본 경험도 교과 세특을 풍성하게 하는 데 도움이 됐던 것 같아요. 예를 들어 영어Ⅰ 에서 ‘The Giving Pledge`’라는 기부에 관한 내용을 접했어요. ‘기빙 플레지’는 세계 억만장자들이 재산 일부를 기부하겠 다고 서약하는 행위예요. 이를 통해 기부의 형태가 다양 하다는 것을 알게 됐고, 여러 형태의 기부와 기부의 역할 에 관한 필란트로피의 이해와 실천 이란 책을 찾아 읽었 지요. 나중에 보니 이런 경험들이 학생부에 잘 녹아 있더 라고요.” 교과서에서 읽을 책의 힌트를 얻기도 했지만, 민혁씨는 좋아하는 작가와 관심 분야를 연결해서 읽는 꼬리 독서도 좋아했다. 예를 들어 지그문트 바우만의 레트로토피아실패한 낙원의 귀환 을 읽고 나서 고독을 잃어버린 시 간유동하는 근대 세계에 띄우는 편지 유행의 시대유 동하는 현대사회의 문화 왜 우리는 불평등을 감수하는 가?가진 것마저 빼앗기는 나에게 던지는 질문 액체 시 대 등 여러 책을 찾아 읽었다. “지그문트 바우만에 관심을 두게 된 건 묻지 마 식 범죄, 약자에 대한 혐오범죄, 청소년 강력 범죄 등을 접하며 사 회 구성원 간의 상호 신뢰가 낮아지는 원인과 해결책을 찾기 위해 읽었던 레트로토피아실패한 낙원의 귀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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3페이지 내용 : 28 Weekly Education Magazine 때문이었어요. 그는 미래에 대한 공포, 사회로부터 배제 되는 것에 대한 극단적 공포가 분노나 공격성을 초래한다 고 설명해요. 즉, 공동체 연대감의 약화, 범죄자의 사회적 분리를 사회 문제의 원인으로 보는 거죠. 따라서 처벌이 아니라 공동체적 연대감을 강화해 본질적 접근을 해야 한 다고 얘기해요. 새로웠죠. 특히 사회 정의를 법조인에서 찾던 저에겐 사회를 바라보는 바우만의 시각이 강렬하게 다가왔어요.” 학생들에게 소외받던 학교 공간이 소통 장소로 변신 황지고에는 학년별로 홈베이스라는 공간이 있었다. 사물 함과 책걸상이 놓여 있는, 교실도 쉼터도 아닌 애매한 공 간이었다. 당연히 활용도도 낮았다. “친구들과 홈베이스를 잘 사용할 수 있는 공간으로 바꿔 보자는 데 뜻을 모았어요. 일단 학생들이 원하는 홈베이 스 공간에 대한 설문 조사를 했는데 소통의 공간 또는 편 히 앉거나 누울 수 있는 쉼터의 공간이었으면 좋겠다는 의견이 많더라고요. 한 공간에서 두 기능을 어떻게 가능 하게 할까 고민하다 칸막이를 세우면 되겠다고 생각했죠. 이런 생각을 PPT로 정리하고 대략적인 도면을 그려 의견 을 제시했어요. 그 결과 학생들의 의견을 반영해 홈베이 스가 리모델링됐죠.” 공사 이후 홈베이스는 때론 쉼터로, 때론 친구들과의 소 통의 장소로 그 역할을 톡톡히 했다. 이런 변화는 민혁씨 에게 자극이 됐다. 홈베이스의 변신을 경험하며 일상적인 일들, 익숙한 일이라도 다시 바라보고, 문제가 있다면 해 결 방안을 찾아나가려고 노력했다. 민혁씨는 자신이 속한 태백 지역에도 관심을 가졌다. 시 의원에게 탄광을 중심으로 발달한 태백 지역의 특성을 살 려 탄광촌의 역사와 탄광 문학 작품을 활용해 문화와 예 술이 어우러진 마을을 만들자고 제안하기도 했다. “루마니아의 소금 광산처럼 태백 지역도 탄광이라는 역사 를 지역 축제에서 드러내면 좋겠더라고요. 태백의 눈 축 제처럼 탄광이라는 소재도 얼마든지 지역 축제로 활용할 수 있지 않을까요? 이런 요소들을 찾는 것이 특색 있는 지역으로 성장하는 방법이기도 하고요.” 다양한 분야에 관심 가질수록 사회의 이면 볼 수 있어 민혁씨가 다닌 황지고는 고교학점제 시범학교였다. 학교에 선 소수의 학생이 원하는 과목도 개설해주려고 노력했다. “ 경제수학 은 5명밖에 선택하지 않아 정규 수업 시간에 개설하기 힘들다고 하셨어요. 대신 방과 후에 개설해 이 수할 수 있도록 배려해주셨죠. 실용경제 는 인근 여학교 에 가서 공동 교육과정으로 들었고요. 우주에 관심이 많 아 지구과학Ⅰ 도 선택했어요. 사회학자라고 사회 관련 과목만 관심을 가지면 안 된다고 생각해요. 경제, 경영, 과학 등 다른 분야를 이해하고 있을 때 그 속에서 사회 현 상이나 문제들을 제대로 바라볼 수 있겠더라고요.” 경제 지표를 알아야 경제 현상을 이해할 수 있고, 환경 문 제를 해결하기 위해서는 과학을 알아야 정책을 낼 수 있 다는 의미다. 민혁씨는 전공에 대한 깊이 있는 관심도 좋 지만, 너무 좁은 범주로만 바라보지 말라고 당부한다. “여러 계층의 사람들, 여러 분야가 잘 어우러져야 건강한 사회가 만들어지듯, 사회학에 관심이 많다면 다양한 관심 을 가지면 좋겠어요. 분명 경쟁력이 될거예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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