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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페이지 내용 : naeiledu 27 성적은 4등급, 그러나 내 분야에선 1등급! “실용음악으로 진로를 정한 뒤 누구보다 열심히 기타 를 배우고, 음악 공부를 했어요. 공부가 싫어서 음악 을 선택한 것도 아니었고요. 음악 공부를 하기로 마음 먹었기에 제대로 집중하고 싶었어요. 학교 공부를 안 한 거지 못한다고 생각해본 적은 한 번도 없었는데 저 를 바라보는 현실의 시선은 다르더라고요.” 음악에 집중하는 사이, 고1 1학기 성적은 35등급을 받았다. 공부하려는 학생들을 중심으로 수업이 이뤄 지는 현실에서 예체능을 준비하는 친구들이 설 자리 가 별로 없음을 체감했다. “학교 성적은 4등급이었지만, 내 진로 분야에선 1등급 이라고 생각할 만큼 열심히 살았어요. 그런데 딱 학교 성적만큼 인정받는 느낌을 받았어요. 음악을 할 때도 수업은 열심히 들었기에 한 학기 공백이 크게 힘들진 않았던 것 같아요. 처음 반년은 공부하는 대로 성적이 오르고, 1등급을 받는 과목이 많아지니 공부가 너무 재미있는 거예요. 음악보다 공부가 더 맞는다는 생각 이 들었죠.” 민호씨의 얘기를 들으니 대체 무슨 일이 있었기에 성 적이 수직 상승했을지 그 궁금증이 해결됐다. 민호씨 는 학생들의 꿈, 진로를 찾아주는 교사, 학생을 성적 으로 차별하지 않는 교사가 되겠다는 목표를 세웠다. 30명의 한 반 친구 중 진로가 뚜렷한 이는 5명에 불과 했고, 입시 위주의 고교 생활에서 꿈을 찾는 일이 현 실적으로 쉽지 않음을 체감했기에 학생들에게 도움이 되는 교사가 되고 싶었다는 게 민호씨의 얘기다. 과학Ⅰ과목은 기본 소양, 지구과학Ⅰ 은 독학으로 고2 때 배울 과학 과목으로 물리학Ⅰ 화학Ⅰ 생 명과학Ⅰ 을 선택했다. 1학년 때 통합과학 을 배우 면서 지구과학 영역에 관심이 가장 적었기 때문이다. “보통 내신이나 수능에서 가장 부담 없는 과목으로 지구과학Ⅰ 을 꼽지만, 그런 기준으로 과목을 선택 하고 싶지는 않았어요. 원리를 배우고, 현상을 설명하 는 것보다 외울 게 많은 지구과학Ⅰ 은 언제든지 독 학할 수 있다는 말도 과목 선택에 도움이 됐지요.” 고3 때 코로나19로 등교가 2주, 한 달씩 미뤄졌던 학년초, 민호씨는 지구과학Ⅰ 을 독학하기 위해 EBS 수능특강 교재를 구입했다. 자연 계열 학생이라면 고교에서 과학Ⅰ 4과목은 기본적으로 배워야 할 소양이라고 판단했고, 개 학이 미뤄지면서 시간적 여유가 생겨 공부하기로 마음먹 은 것. “과학 Ⅰ과목들을 배우면 우리가 살아가는 세상이 과학과 어떻게 유기적으로 연결됐는지 알 수 있어요. 원자의 구 성 원리, 양성자의 차이, 결합 형태 등을 배우는 화학Ⅰ 은 물체가 어떻게 구성되는지를 알게 해주고, 물리학Ⅰ 은 역학, 전자기 등을 통해 생활에서 마주치는 다양한 현 상을 과학적으로 설명해줘요. 생명과학Ⅰ 은 유전 등의 생명 활동과 생태계를 배우고, 지구과학Ⅰ 은 우리가 살 아가는 지구에 관해 공부하죠. 과학의 눈으로 세상을 보 는 거예요. 그게 과학의 매력이죠.” 고23학년 때 과학 과목은 고정 1등급, 그것도 전교 1등 을 했다. 수업 시간에 집중은 기본, 교과서를 여러 번 정 독하고, 문제집은 78번 들여다봤다. 교과서를 읽다가 이해가 되지 않으면 대학 서적을 비롯해 관련 자료들을 찾아 읽었고, 과학 선생님들에게 도움을 요청했다. 깊이 있는 공부를 했기에 친구들 사이에서 잘 가르치는 ‘과학 쌤’으로 통했다. “이해가 안 되는 걸 그냥 외우거나 넘어가면 찜찜하잖아 요. 이 찜찜함을 해소하면서 알아가는 즐거움을 느꼈던 것 같아요.” 학교에서 배울 수 없다면 공동 교육과정으로 중학교 때부터 수학과 물리 과목을 가장 좋아했다. 물리 하면 어렵다고 생각하는 친구들이 많지만, 민호씨가 느 낀 물리는 떨어지는 나뭇잎, 물체의 충돌, 소리, 속도 등 일상에서 만나는 다양한 현상들을 언어로 설명할 수 있게 해주는 진짜 멋진 학문이었다. 과학을 이론으로만 접하는 것이 아니라 현실과 연결하려고 노력했다. 물리학Ⅰ 의 물리학 이론으로 광고 만들기 수행평가에 선 뉴턴의 작용-반작용의 법칙을 학교폭력과 연결해 ‘학 교폭력 그것은 당신을 향한 폭력입니다’라는 카피라이팅 과 함께 거울 앞에서 주먹을 휘두르는 모습을 그렸고,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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3페이지 내용 : 28 Weekly Education Magazine 류에 의한 자기장 현상을 배울 때는 건전지와 자석을 이용해 코일 기차를 제작하는 등 이론을 다양하게 적 용해나갔다. 물리학에 흠뻑 빠진 이답게 물리학Ⅰ 물리학Ⅱ 는 물론이고, 공동 교육과정으로 물리학 실험 과 고급 물리학 도 이수했다. “고교에서 배우는 과정 이상의 공부를 하고 싶었어요. 그러다 주말에 운영하는 공동 교육과정을 알게 됐고, 물리학실험 은 2학년 2학기 때, 고급물리학 은 3학 년 1학기 때 들었어요. 고급물리학 을 검색해보니 영 재학교·과고나 대학에 가야 배울 수 있는 과목이더라 고요. 배워야겠다고 생각했죠. 보통 고교 때 물리학은 물체의 운동을 1차원이나 2차원으로 배우는데, 고급 물리학 은 3차원 모양이나 회전 운동까지 다루니, 지 금까지 배운 물리학으로는 설명할 수 없었던 범주까 지 설명이 가능해지더라고요.” 민호씨는 고급물리학 에서 3차원적인 모양이나 회 전 운동을 이해하기 위해 이전 교육과정이었던 기하 와 벡터 를 찾아 공부했다. 지금 개정된 기하 에는 공간 벡터 부분이 빠졌기 때문이다. 민호씨는 종합 전 형을 핵심으로 생각하고, 수능은 최저 학력 기준을 맞 추기 위한 수단 정도로 생각했기에 지적 호기심을 충 족하며 진짜 공부를 할 수 있었다. 지원 대학 중 고려 대를 제외하곤 최저 기준이 없었던 것도 하고 싶은 공 부를 할 수 있었던 비결이었다. 진짜 하고 싶은 공부를 해야 하는 이유 물리학을 공부하면서 물리 과목 자체에 대한 흥미도 높아졌고, 다른 영역과의 연계성에도 관심이 생겼다. 때문에 물리교육학과와 물리학과 사이에서 고민이 시 작됐다. “교사라는 직업에 대한 사회적 인식, 전망 그리고 정 말 하고 싶은 일인지를 많이 생각했어요. 분명 안정적 이고 보람 있는 직업이지만 물리 공부를 하면서 느꼈 던 희열, 매력을 맛보긴 어려울 것 같았어요. 그래서 최초 합격했던 한국교원대 물리교육학과 대신 중앙대 물리학과를 선택했죠. 물리학을 심도 있게 공부하면 서 더 다양한 진로를 고민해보려고요.” 경희대와 중앙대 물리학과에 합격한 민호씨는 각 대 학의 학과 설명과 선배들의 얘기를 꼼꼼하게 비교해 본 결과 중앙대를 최종 선택했다. 경희대는 자연과학 계열 소속으로 물리학이라는 학문을 깊이 탐구하고, 대학원 과정까지 내다보며 연구자를 양성하는 성향이 크다면, 중앙대는 물리학과 다른 전공과의 연계, 취업 면에서 좋은 평가를 받는 점이 매력적이었고, 융합 전 공이나 복수 전공의 기회가 많다는 판단이 들었다. “중학교 때 마인크래프트라는 게임을 즐기면서 독학 으로 코딩을 배우고 추가 모듈을 만든 적이 있어요. 대학에서 물리학과 소프트웨어를 접목해보고 싶기도 하고, 자동차나 기계 분야와 접목해 자율주행자동차 를 연구하고 싶기도 해요. 화학과 연계해 반도체나 디 스플레이 연구에도 관심이 있고요. 앞으로 어떤 분야 로 확장해나갈지 구체화해야죠.” 민호씨는 자기소개서에 ‘공부에 관심이 있는 사람’ ‘물 리학과 자연 현상을 연관 짓는 사람’ ‘학교 공부 외에 찾아가는 공부를 할 줄 아는 사람’ ‘목표를 가지면 누 구보다 열심히 할 줄 아는 사람’임을 드러내고 싶었다. 왜 수능이 교육적 효과가 없다고 하는지, 입시를 위한 공부가 아닌 진짜 하고 싶은 공부를 해야 하는 이유가 무엇인지, 민호씨를 만나고 다시금 생각하게됐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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