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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페이지 내용 : naeiledu 33 심리학으로 통하는 고교 3년의 학습과 활동들 심리학과의 만남은 중1 겨울방학 때 재미있게 본 한 편의 드 라마에서 출발했다. “배우 지성이 주연으로 나온 킬미힐미 에서 다중인격장애라 는 걸 처음 접했어요. 그때만 해도 정신건강의학과 심리학의 차이가 뭔지조차 전혀 몰랐는데, 드라마를 보면서 ‘아, 이런 학문도 있구나’ 하고 흥미를 느꼈죠. 고등학교에 와서는 공부 보다는 하고 싶은 일들을 앞뒤 가리지 않고 열심히 하며 지냈 어요. 호기심이 많아 무작정 일을 벌리기도 좋아했고요. 그런 데 제가 하고 싶은 공부나 활동들을 들여다보니 하나같이 심 리학과와 연관 있는 것들이더라고요.” 자연스럽게 고교 3년간 학생부 진로 희망 란에는 ‘심리학자’ 라고 적혀 있었다. 수시 원서를 쓸 무렵, 학생부를 출력해 꼼 꼼히 읽었다. 당연한 것인지 모르지만, 동아리나 진로 활동은 물론 교과 연계 활동이 가리키는 방향의 끝엔 모두 심리학이 있었다. 이화여대 미래인재 전형으로 합격한 심리학과를 최 종 선택했지만, 나머지 5장의 수시 원서도 모두 심리학과로 지원했다. “수학에 자신이 없는 편인데, 심리학이 대학의 교육 편제상 인문 계열에 속해 있는 것도 제겐 행운이에요. 물론 인간의 행동과 심리 과정을 과학적으로 연구하려면 앞으로 수학과 더 많이 친해져야겠지만요. 공부할 게 많아 힘들 것 같기도 하지만, 반대로 분야를 넘나들며 폭넓게 공부할 수 있는 열린 학문이라고 생각해요.” 방대한 과학서 완독 도전으로 배운 것 의무감이나 강제로 뭘 하는 성격과는 거리가 멀었다. 하지만 정말 하고 싶은 활동이나 알고 싶은 공부는 누가 시키지 않아 도 넘치는 열정을 보이기 일쑤였다. 오죽하면 선생님께 “그렇 게까지 할 필요 없다”는 얘길 들었을 정도다. “3학년 한국지리 시간에 간단한 발표 수업 활동을 했어요. 다른 친구들은 5분 정도 개념 설명만 하고 끝내는 발표를 저 는 20분 넘게 열변을 토하며 했던 기억이 납니다. 옛 선조들 의 산지 인식 체계와 풍수지리관까지 공들여 조사하고 발표 했는데, 그땐 정말 그 내용에 호기심이 생겼고 탐구하는 과정 이 재미있더라고요. 대체로 그 과정의 끝에는 나만의 깨달음 이라고 할까요, 설명하기 힘든 희열이 있어요.” 3학년 여름방학 때 참여한 독서 토론 활동도 같은 이유였다. 방대한 분량의 책을 완독하는 도전을 해보고 싶었고, 그동안 잘 몰랐던 우주의 탄생과 생명의 진화에 대해 친구들과 토론 하고 싶어졌다. “ 거의 모든 것의 역사 라는 두꺼운 과학책을 하루 5070쪽 씩 읽고 2주간 토론하는 일정이었어요. 제가 유일한 문과 학 생이었는데, 주변 친구들은 굳이 그걸 왜 하냐는 반응이었죠. 하지만 전 너무 흥미진진했어요. 멸종은 생명 다양성의 측면 에서 부정적인지, 생물학적 결정은 윤리적인지 등에 대해 토 론하는 시간이 특히 재미있었고요. 과학도 권력과 자본에 의 해 좌지우지되고 주관을 개입해 자연현상을 해석하는 학문이 라는 사실도 배웠고요.” 어진씨는 생각지도 않은 심화 학습의 결과에 대해 “그냥 이 자리에 굴을 파고 싶어 무작정 땅을 팠는데, 그곳에서 예상치 못한 값진 보물을 발견하는 행운”이라고 표현했다. 셀카 집착에 대한 편견 깬 탐구 활동 “정시보다는 수시에 강점이 있는 학교 분위기도 제겐 도움이 많이 됐어요. 주제별 글쓰기나 발표대회는 물론이고, 주기적 으로 열렸던 인문 융합 특강과 세계 이해 교육 등 마음만 먹 으면 참여할 수 있는 교내 행사가 풍성했거든요. 제가 자율동 아리를 조직해서 하고 싶은 연계 활동을 주도할 수 있었던 것 도 모두 이런 학교 시스템 덕분이라고 생각해요.” 2학년 때 만든 자율동아리 친구들과 함께 ‘셀카 집착이 청소 년의 외모 만족도와 자아 존중감에 미치는 영향’이라는 주제 로 탐구 활동을 진행했다. 선행 연구 자료와 관련 기사를 찾 아보고, 같은 학교 친구 280여 명을 대상으로 설문을 실시해 데이터를 분석하는 것까지 녹록지 않은 과정이었다. “셀카에 대한 집착이 클수록 자신의 외모 만족도와 자아 존 중감이 낮을 것이라는 가설을 세우고 설문을 진행했는데 의 외의 결과가 나왔어요. 친구들의 설문을 분석한 결과 셀카 집 착은 외모 만족도와 관계가 있었지만, 자아 존중감과는 유의 미한 관련이 없었죠. 가설이 잘못된 이유를 되짚어나간 끝에, 보정 셀카로 꾸며진 SNS 자아에 대한 ‘자기 선망’ 때문에 외 모 만족도가 높게 나왔다는 해석을 이끌어낼 수있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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3페이지 내용 : 34 Weekly Education Magazine 가설을 세우고 ‘결과’에 끼워 맞추는 방식이 아니라, 아무 편 견 없이 연구 결과를 대하는 ‘과정’과 ‘태도’가 중요하다는 것 을 깨달았어요.” 학생부 자율동아리 활동 란에 두 줄로 간략히 적혀 있는 내용 이지만, 이때의 교훈과 깨달음은 자기소개서 2번 문항을 가 득 채울 정도로 어진씨에게 의미 있는 경험이었다. 실행에 옮기지 못한 자퇴, 슬럼프를 극복하기까지 “고등학교 3년 내내 다문화가정 아동 멘토링 교육 지원 활동 을 했는데, 그 과정에서 배우고 느낀 점이 정말 많아요. 아이 들을 통해 상대의 ‘속도’와 ‘보폭’을 유심히 관찰하고 발을 맞 춰 함께 걷는 것이 얼마나 중요한지 깨달았죠. 그러고 보니 알겠더라고요. 제가 학교생활 안에서 느끼고 경험한 것들 대 부분이 심리학 연구자가 지녀야 할 태도인 ‘이해’와 ‘성찰’을 품고 있다는 것을요.” 일찌감치 희망 학과를 정하고 열심히 학교생활을 했지만, 그 렇다고 슬럼프가 없었던 건 아니다. 실행에 옮기진 못했지만 진지하게 자퇴를 고민한 시기도 있었다고. “1학년 땐 ‘하고 싶은 것’만 하며 노느라 ? 공부를 소홀히 했 어요. 2학기 성적표를 받아보고 좌절을 느꼈죠. ‘이대로 가다 간 정말 대학에 못 가겠구나’ 하는 생각이 들면서 차라리 학교 를 그만두고 대학 진학이 아닌 다른 길을 찾을까 하는 답 없 는 방황을 잠깐 했어요. 자습 시간에 엎드려 자고 제가 좋아 하는 BTS 덕질을 하거나 놀며 딴짓을 해 친구들의 눈총을 받 기도 했고요. 다행히 마음속 얘길 꺼내놓기 시작하니 해결의 기미가 보이더라고요. 부모님, 선생님들과 얘길 많이 나누면 서 차츰 마음을 잡을 수 있었어요. 내가 원하는 게 뭔지 스스 로에게 끊임없이 묻고 또 물으면서 저 자신과 대화를 많이 한 시간이었습니다.” 대학에서 만난 심리학의 세계 그토록 원하던 심리학과 대학생이 되어 보낸 한 학기, 코로나 19 때문에 대면 수업을 하지 못한 아쉬움은 크지만 나름대로 보람 찬 시간이었다. “고등학교 땐 활동 보고서를 쓰거나 교과 연계 활동을 할 때 늘 선행 연구 자료와 데이터를 확보하기가 어려워 애를 먹었 어요. 그래서 대학에 가면 심리학에 관한 모든 통계자료를 찾 아 마음껏 더 깊이 공부할 수 있을 거라는 기대가 컸죠. 그런 데 막상 대학에 와보니 심리학에서 뻗어나가는 학문이 정말 다양하고, 제가 모르던 새로운 분야의 공부할 거리에 자꾸 눈 이 가네요.” 주도적인 학교생활은 대학에 와서도 여전하다. 동아리 활동 은 물론이고 단과대학 학생회 활동도 적극적으로 참여하고 있다. “지난 학기에 교양 과목으로 수강한 나눔 커뮤니티 가드닝 과 노동과 젠더 수업이 특히 인상적이었어요. 매 수업을 마 친 다음, 온라인 게시판에 수업 후기나 소감을 적고 동기들과 토론하기도 했는데, 그 과정 안에서 내 생각이 정리되면서 이 런 게 바로 진짜 공부구나 하고 느꼈죠.” 심리학 공부에 대한 열정은 변함 없지만, 아직 구체적인 진로 는 정하지 않았다. 입시가 코앞에 있을 때도 포기할 수 없었 던 ‘내가 끌리는 것에 대한 탐구’를 대학 안에서 더 즐겨볼 생 각이다. “미래의 제 모습을 상상해보면 심리학을 기반으로 이런저런 탐구 활동을 하는 연구자가 돼 있을 것 같아요. 물론 새로운 분야에 대한 탐색은 끊임없이 이어갈 겁니다. 요즘은 평일 저 녁 7시부터 시작하는 편의점 아르바이트가 아주 중요하면서 도 흥미로운 일과예요. 일하면서 벌레에 물리기도 하고 힘들 긴 하지만 조금은 낯선 분야인 경제와 생산 활동, 돈을 버는 즐거움과 가치에 대해 새롭게 알아가고 있습니다.하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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