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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페이지 내용 : naeiledu 37 모의 법정에서 논리적으로 배심원을 설득하는 검사에 반하다 1학년부터 3학년까지 다윤씨의 학생부 진로 희망 란에는 검사, 법조인이라고 적혀 있다. 고1 때 법과 정치 를 배우면 서 법에 관심이 많아졌고, 학교 활동으로 모의 법정을 참관하 면서 진로가 확고해졌다. “고1 2학기였던 것 같아요. 토론 동아리에서 모의 법정을 참 관했는데 그때 검사 역할을 한 선배가 논리적으로 사건의 진 의를 말하고, 배심원을 설득했는데 그 모습이 멋져 보였어요. 그때 저런 검사가 돼야겠다고 생각했죠.” 법조인이 되려면 사회 전반에 대한 이해, 비판적이면서도 균 형적인 시각이 필요하다고 생각했다. 매일 뉴스 기사를 살피 고, 댓글을 읽으며 사람들의 생각에도 관심을 가졌다. 자율 동아리에서도 4·27 남북정상회담, 시험지 유출 사건, 화이트 칼라 범죄와 도덕적 해이, 학교 안전, 난민 수용 등 사회적으 로 쟁점이 되는 문제들을 분석하고 토론하며 생각을 확장해 나갔다. “동아리에서 난민 수용 문제에 관해 얘기를 나눈 적이 있었어 요. 그때 난민 수용과 관련해 부정적인 여론이 많았지요. 대 다수가 난민 수용을 반대한다면 토론의 의미조차 없을 정도 로 문제가 있다고 생각했어요. 그래서 난민 수용 반대라는 결 과를 정해놓고, 이를 뒷받침하는 자료를 찾아 보고서를 정리 하고 있었는데 이런 모습을 본 담당 선생님이 좀 다르게 생각 해보면 좋겠다는 얘기를 하시더라고요. 그때 원점에서 난민 문제를 다시 바라보게 됐어요. 난민 수용을 찬성과 반대 관점 에 서서 객관적으로 다시 정리했지요. 난민 수용 문제를 떠나 난민법 자체에 문제가 많다는 것도 알게 됐어요.” 우리가 알고 있는 사실이 전부 진실일까? 그 무렵 ‘탈진실’이라는 단어를 접했다. 영어독해와 작문 시 간에 Post- Truth 도서를 참고해 ‘탈진실의 시대와 가짜뉴 스’에 대해 발표했다. 탈진실이라고도 불리는 Post- Truth는 정보 사회가 낳는 부작용의 하나로, 정보를 선택할 때 사실관 계를 따져야 하는데 가치관과 신념에 따라 잘못 판단하게 되 는 현상을 총칭한다. “Post-Truth에 대해 조사하면서 객관적 사실에 바탕을 둔 진짜 진실보다 개인적 신념과 감정에 호소하는 것이 대중의 의견을 형성하는 데 더 큰 영향을 끼친다는 것을 알았어요. 미국 대선에서 교황이 트럼프를 옹호했다는 기사나 힐러리가 ISIS와 관련 있다는 가짜뉴스가 언론에 도배됐던 것도 대표 적인 탈진실의 예지요.” 우리나라에서도 선거 때가 되면 진실이 아닌 뉴스들이 진실 인 양 오보되는 경우가 많다. 다윤씨는 처음에는 가짜뉴스를 퍼트리는 생산자에 대한 문제 제기를 위해 ‘탈진실의 시대와 가짜뉴스’ 탐구를 시작했는데 탐구를 진행할수록 가짜뉴스를 믿는 수용자의 책임이 크다는 생각을 했다. “정보 생산자가 사실 체크를 정확하게 하는 것도 중요하지만 정보 사회에서 넘쳐나는 정보의 진실 여부를 가리는 것도 수 용자의 몫이잖아요. 미디어 리터러시 교육을 통해 미디어에서 나오는 정보를 단순하게 받아들이지 않고 비판적으로 해석하 고 검토하는 능력이 필요하다고 생각했어요. 정보를 받아들일 때 나름의 철칙이나 기준이 필요한 거죠.” 미디어 리터러시는 수용자의 미디어 사용 능력을 뜻하지만 넓은 의미로 미디어의 올바른 이용을 촉진하는 사회 운동을 가리키는 개념이다. 다윤씨의 주제 발표는 교사와 학생이 뽑 학생부 종합 전형을 준비하면서 진로에 대한 고민이 깊어진다. 특히 진로가 바뀌면 종합 전형에서 좋은 평가를 받지 못할까봐 두려워한다. 고려대 영어영문학과 1학년 강다윤씨의 진로는 고교 3년간 한결같이 법조인이었다. 로스쿨을 염두에 뒀기에 사회학과 진학을 꿈꿨고, 동아리나 교과목 관련 활동들도 사회 현상에 관한 관심에 맞춰져 있었다. 그러나 고려대는 사회학과가 아닌 영어영문학과에 지원했다. 영어에 관심이 많아 영어 교과목에서 다양한 활동을 했던 점, 영어 원서를 읽으며 문화의 상대성, 국제 사회나 경제 등 다양한 사회 현상에 관심을 가졌던 점이 영어영문학과 지원을 결정하는 데 도움이 됐다. 고교 활동을 진로에 억지로 짜 맞추지 않아도 좋아하고 하고 싶은 공부나 활동에 집중하면 종합 전형에서 든든한 무기가 된다는 걸 보여준 다윤씨를 만났다. 취재 민경순 리포터 hellela@naeil.com 사진이의종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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3페이지 내용 : 38 Weekly Education Magazine 은 최고의 연구 발표 중 하나로 선정될 정도로 큰 호응을 얻 었다. “탈진실과 관련한 주제 탐구를 한 뒤에는 미디어에 나오는 댓 글은 되도록 안 보게 되더라고요. 감정에 호소하는 댓글에는 어느 순간 진실이 사라진 것도 알게 됐고요. 정보를 접할 때 진실에 대한 고민은 정말 필요한 것 같아요.” ‘억울하다’라는 단어가 외국엔 없다? 다윤씨는 2학년 때 ‘모멸감’이라는 주제로 토의 활동을 하면 서 감정 용어에 관심을 가졌다. 우리나라에서는 ‘억울하다’는 단어를 빈번하게 사용하는데, 영어로는 이를 정확하게 표현 할 단어가 없다는 걸 알았다. “보통 외국 사람들은 억울하다는 의미를 사용할 때 ‘unfair’를 사용해요. unfair는 불공정하다는 의미로, 우리나라 사람들 이 주관적인 감정으로 사용하는 억울하다는 말과는 거리감이 있죠. 우리가 사용하는 ‘억울하다’와 비슷한 단어를 찾고 싶었 는데 찾을 수 없었어요. 신기했죠.” 학교에 모멸감 저자인 김찬호 교수가 방문해 학생들과 책 과 관련해 이야기를 나눈 적이 있다. 그때 다윤씨는 나라마 다 감정과 관련된 용어들의 특수성이 생기는 이유에 대해 질 문했고, 사회 속에서 관찰되는 감정 표현은 그 나라의 문화와 사회 구조 속에서 이해해야 한다는 것을 알았다. “자율동아리에서는 The Giver` 원 서를 친구들과 번역하는 작업을 했 어요. 원서를 번역하다 보면 자연스 럽게 흐름이 이어지지 않을 때가 있 어요. The Giver 는 번역본으로도 읽었기 때문에 막힐 때는 번역본을 찾아 비교해보곤 했어요. 가끔 번역 기를 돌려보기도 하지만 원서냐 번 역본이냐에 따라 그 뉘앙스가 다르 다는 걸 알 수 있었죠.” 영어영문학 고려하지 않았지만, 여러 활동에서 역량 보여 다른 대학은 사회학과를 지원했지 만, 고려대는 영어영문학과를 지원했다. 같은 고교에서 사회 학과를 지원하는 친구가 있었던 것이 가장 큰 이유였지만, 고 3 담임 선생님과 학생부를 보며 영어영문학과에서 요구하는 인문학적, 사회학적 역량을 고루 갖췄다는 판단도 섰기에 가 능한 일이었다. 고려대 영어영문학과 전공 안내서를 보면 `영 어영문학과는 영어학 및 영미문학을 폭넓게 이해하고, 사회 발전에 이바지할 수 있는 비판적 사고력과 창의력이 필요하 며 국제어인 영어로 자유롭게 의사소통할 수 있는 능력을 키 우는 것을 목표로 한다`고 쓰여 있다. 특히 수동적으로 작품을 읽고 책의 내용을 외우는 식의 태도가 아닌 바로 책 속의 주 인공이 돼 적극적으로 학습하는 태도가 필요하다는 고려대 전공 안내서의 문장들은 다윤씨의 학생부와 상당 부분 연결 됐다. “진로와 교과목의 활동을 연결해야 한다는 게 부담되지만, 돌 이켜보니 너무 애쓸 필요는 없는 것 같아요. 저 역시 영어영 문학과를 염두에 두진 않았지만 영어와 사회 현상에 관심이 많았기 때문에 자연스레 그쪽 활동이 많았고, 원서를 쓸 때 보니 학생부에 제 역량이 잘 드러나 있더라고요.” 자기소개서를 쓰는 것이 막막하거나 어렵지 않았다는 다윤씨 가 자신만의 방법도 공개했다. 고2 때는 학교에서 있었던 일 이나 새롭게 알게 된 점, 기억에 남는 활동을 꼼꼼하게 기록 했다. 고3 때는 하루하루 무엇을 배 우고, 뭘 느꼈는지 구체적으로 적어 나갔다. “매일매일의 기록은 자기소개서를 작성할 때 큰 도움이 됐어요. 기록을 보면 어떤 감정을 느꼈는지, 그때의 감정이 살아나더라고요. 당장은 귀 찮지만 다이어리를 작성하는 습관은 종합 전형을 준비하는 친구들이라면 꼭 필요해요.” 3년 내내 법조인을 꿈꿨던 다윤씨는 일단 영어영문학을 제대로 공부해보 고 싶다는 포부를 밝혔다. 무엇이든 마음먹으면 해내고야 마는 다윤씨가 영어영문학을 어떻게 자신의 방식대 로 접수해나갈지궁금해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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