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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페이지 내용 : naeiledu 31 물리가 재미있어 1학년 때는 물리학과에 지원하고 싶던 시기가 있었다. 친구들과 함께 간 첫 해외여행에서 객실 승무원의 모습에 반해 항공운항과를 꿈꾸던 때도 있었다. 그러나 그리 확신에 찬 진로는 아니었다. 언젠가부터 유튜버와 뉴미디어를 제작하는 크리에이터들이 급부상하기 시작했다. 디즈니 애니메이션 겨울왕국 을 30번도 넘게 보면서 영상으로 구현된 세밀한 디테일들이 눈에 들어오기 시작했다. ‘덕질’에 가까웠던 취미 활동이 영상 제작이라는 구체적인 꿈으로 발전한 것은 2학년 때 학교에서 우연히 접한 ‘예술학교’ 수업 때문이었다. 일주일에 한 번씩 학교로 찾아온 다양한 분야의 예술가들에게 영상 만드는 법을 배웠다. 각자 무엇을 표현하고자 했는지 자유로운 토론을 경험하면서 내성적이던 성격도 변화하기 시작했다. 수업과 동아리 활동에서 영상과 매체를 자유롭게 탐구해온 이화여대 커뮤니케이션·미디어학부 서희란씨는 입시에 얽매이기보다 고교생활을 즐기라고 말한다. 창의적 아이디어는 즐길 줄 아는 자의 것이기에. 취재 정애선 기자 asjung@naeil.com 사진 전호성 발상의 전환 경험한 ‘학교 안 예술학교’ 2학년 때 참여한 ‘예술학교’는 주변에 대한 관심을 예술적으 로 변화시키는 발상의 전환을 경험한 시간이었다. ‘학교’라 는 공간을 활용해 영상을 비롯한 다양한 창작물들을 제작하 는 과정에서 배운 것은 표현의 자유였다. “처음엔 영상 만드는 방법을 배울 수 있을 것 같아 신청했 는데, 자신의 생각을 자유롭게 표현하는 그 자체가 너무 신 선하더라고요. 체육관 뒤편 공간을 전지로 채운 후에 데생 용 콩테로 자신을 자유롭게 표현해보라고 하셨어요. 학생들 이 그린 자화상이 마치 동굴벽화 느낌이더라고요. 원시시대 부터 존재했던 예술의 본질로 돌아가보는 취지의 ‘예술놀이’ 였는데, 자유로운 창작이란 이런 거구나 싶었죠. 또 각자 제 작한 영상을 본 후에 그 안에 담긴 의미를 탐구하는 토론 수 업도 있었는데요. 제가 원래 굉장히 내성적인 성격이었거든 요. 처음 보는 아이들과 예술가들 앞에서 말하기가 쉽지는 않았어요. 하지만 ‘퍼스트 펭귄 효과’를 떠올리며 먼저 용기 내 제 의견을 말하기 시작했는데, 이 과정에서 점점 발표에 도 자신감이 생기더라고요.” 이때의 경험은 3학년 때 활동한 자율동아리 발표로도 이어 졌다. ‘왜 우리나라 학생들은 창의력이 부족하다는 평가를 받을까’에 대한 의문에서 시작, 관련 학술지와 혁신적인 광 고, 예술작품 사례들을 분석해봤다. 결국 인문학적 소양이 뒷받침되어야 한다는 결론에 이르렀고, 학생들이 이를 체 화하려면 자신이 몸소 느꼈듯 예술교육이 가장 적합한 방 법이라고 생각했다. 입시 위주의 우리 교육에 예술을 향유 할 수 있는 교육이 더해진다면 분명 ‘한국형 스티브 잡스’가 더 많이 탄생할 거라고 발표했더니, 친구들도 크게 공감하 더라고. 매체가 미치는 영향력, 교과 개념과 연결해 탐구 희란씨의 과목별 세부 능력 및 특기 사항 기록들은 매체의 영향력에 대한 관심을 어떻게 풀어갔는지 잘 보여주고 있었 다. 2학년 경제 수업에서 했던 개인 탐구 프로젝트 주제는 ‘지나친 관심의 모순’. ‘외부효과’ 개인, 기업 등 어떤 경제 주 체의 행위가 다른 경제 주체들에게 기대되지 않은 혜택이나 손해를 발생시키는 효과 라는 경제 개념을 매스컴을 통해 유명해진 공간들에 관심이 집중되면서 누구도 의도하지 않 았던 피해로 이어지는 사례들과 연결시켜봤다. “영화 국제시장 의 주 무대가 된 가게 ‘꽃분이네’가 밀려드 는 관광객들로 인해 오히려 임대료가 상승하면서 가게를 비 워주고 떠나야 했던 사례, 효리네 민박 이 인기를 끌면서 관광객들이 몰려들어 사생활 침해로 이어지거나 제주 오름 의 훼손이 심각해졌다는 소식들을 접했어요. 당사자나 관광 객이나 누구도 직접적인 원인을 제공하지는 않았지만, 피해 로 이어졌잖아요. 하지만 누구도 이에 따른 보상을 지급하 거나 지급받지 못한다는 점에서 ‘외부효과’의 개념과 접목해 카드뉴스로 만들어봤죠.” 법과 정치 수업에서 나라마다 다른 정부 형태를 배운 후 에는 핀란드의 이원집정부제가 우리나라에도 접목되면 좋 을 듯해 팀 프로젝트로 ‘이원집정부제 탐구생활’이라는 패러 디물을 제작했다. 대통령제와 내각제를 융합한 이원집정부 제를 이해하기 쉽게 전달하기 위해 대통령과 총리의 생활을 패러디해 친구들과 함께 영상으로 만든 것. 3학년 때 정말 재미있게 배웠다는 국제관계와 국제기구 수업에서는 영화 모아나 를 사례로 원주민과 소수 민족의 문화를 긍정적으로 이해할 수 있게 한 디즈니의 노력을 ‘디 즈니의 세계지도’라는 이름으로 발표했다. 협력적국제사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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3페이지 내용 : 를 만들어가는 데 미디어가 기여할 수 있음을 강조하고 싶 어서였다. “학생들은 왜 저항하지 않는가?” 자율동아리에서는 관심 있는 주제를 좀 더 폭넓게 접근해봤 다. 2학년 때 활동한 자율동아리에서는 학생들이 매체로부터 어떤 영향을 받는지 궁금해져 ‘미디어가 청소년 언어생활에 미치는 영향’을 주제로 초등학생 대상의 설문조사에 착수했다. “급식체라든지, 유튜브나 아프리카TV 같은 채널에서 접한 의미를 짐작할 수 없는 신조어가 학생들 사이에 유행처럼 퍼지더라고요. 이천 지역 초등학교 세 곳의 300명 정도의 학생들에게 설문을 해봤는데, 처음엔 모든 학생들이 매체를 통해 직접적으로 영향을 받았을 거라는 가설을 세웠어요. 한데 소수의 아이들이 매체를 통해 새로운 언어문화를 접한 뒤 다른 아이들과 교류하며 다수에게 퍼진다는 것을 알게 됐죠. 즉 미디어보다 또래 친구들의 언어 습관에서 더 영향 을 받는다는 사실을 확인했어요. 미디어의 영향력은 직접적 인 데 국한되지 않고, 간접적으로 더 넓은 범위에 미치기 때 문에 제작자는 콘텐츠의 내용과 보급에 윤리적인 책임감을 가져야 한다는 것을 새삼 느낄 수 있었어요.” 학술연구 자율동아리에서는 청소년을 위한, 청소년만이 할 수 있는 연구를 해보고 싶었다. 평소 친구들이 수업 내용에 대한 발표는 잘하면서도 정작 자신의 생각은 잘 표현하지 않는다는 점에 생각이 미쳤고, ‘학생들은 왜 저항하지 않는 가’라는 다소 도발적인 주제의 연구를 시작했다. “학생들은 왜 불합리한 상황에서도 자신 의 의견을 자유롭게 표현하지 못하는지 원인을 찾고 싶었어요. 그러자니 뭔가 실 험이 필요하겠더라고요. 선생님이 ‘성적 이 안 되면 미래는 없는 거야. 공부를 못 하면 꿈을 이룰 기회가 없는 건 당연한 거야’ 같은 비합리적인 발언을 했을 때 학 생들의 반응을 분석해보는 실험을 고민 해봤는데, 정말 부담스러우셨을 텐데도 연구 취지에 공감해주신 선생님께서 저 희가 드린 대본을 그대로 따라주셨죠. 실 제로 상당수 학생들이 이런 말에도 별다 른 저항을 하지 못했어요. 해명 영상을 보여주며 설문조사를 해보니 저항하지 못한 이유에 대해 ‘저항 후 상황이 두려워서’ ‘솔직히 맞는 말이라서’ ‘어차피 바뀌는 것이 없어서’ ‘선생님 에게 찍히거나 반 애들이 눈치를 줄까 봐’ 등을 꼽더라고요. 어릴 때부터 지속적으로 노출되어온 억압적 교육 상황이 청 소년들의 인식 내면에 자리 잡아 불합리한 상황에 대한 비판 의식을 가질 수 없게 만든다는 점이 너무 안타까웠어요. 하 지만 ‘두발자유운동’이나 ‘청소년 인권운동’ ‘촛불집회’ 등의 선 례에서 볼 수 있듯이 교사와 학생 모두 ‘저항’을 잘못된 것으 로 인식하는 선입견을 버리고, 의견 제시의 또 다른 방법으 로 바라보는 문화와 교육이 자리 잡는다면 우리 사회를 보다 나은 방향으로 변혁시킬 수 있다는 결론을 내렸죠.” 창의적 아이디어는 경험의 다양성에서 시작된다 영상에 대한 애정과 탁월한 기획력을 바탕으로 미디어 전공 을 택한 희란씨는 앞으로 카메라 감독이나 방송사 영상 편 집자를 꿈꾸고 있다. 대학에 와서도 ‘영상 동아리’ 예능국에 서 열정적으로 활동하고 있는 희란씨는 특히 미디어 전공을 꿈꾸는 후배들에게 “좀 더 자유롭게 최대한 많은 경험을 해 보라”고 조언하고 싶단다. “고교생활을 단순히 대학 입시를 위한 준비 기간이라고 생 각하지 않았으면 좋겠어요. 다시 돌아갈 수 없는 황금 같은 마지막 청소년기잖아요. 저는 공부만 파고드는 모범생은 아 니었어요. 여대여서 그런지는 몰라도, 동기들과 대화하다보 면 최대 일탈이 야간자율학습 빼먹고 편의점에서 사발면 먹 고 온 일이래요. 그럴 때면 속으로 찔끔 하긴 하죠. 하하. 전 고등학교 3년 동안 가고 싶은 페스티벌도 다녀오고, 하고 싶은 일은 뭐든 다 즐겨봤어요. 공부를 놓을 정도의 일탈은 경계해야 하지만, 너무 재지 말고 할 수 있는 경험은 최대 한 해봤으면 좋겠어요. 그렇게 하다 보 면 3학년 때 자연스럽게 나를 표현할 수 있는 무언가로 연결되더라고요. 크리에 이터를 꿈꾸는 사람이라면 더더욱 다양 한 경험이 필요하답니다. 그 모든 게 창 의적 아이디어의 소스가 되니까요.” 32 Weekly EducationMagazine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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