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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페이지 내용 : naeiledu 31 어릴 때부터 수학은 ‘그냥’ 좋았다. 시간 가는 줄 모르고 문제를 푸는 일이 많았고, 문제가 풀리는 순간의 그 기쁨은 어떤 ‘놀이’보다 매력적이었다. 수학이 현실과 만나는 응용수학에 관심이 커지면서 고교 3년 내내 수학을 주제로 친구들과 자율동아리 활동을 했다. 수학의 즐거움을 다른 이들과 나누고 싶어 초등학생 대상 교육 봉사도 3년 동안 꾸준히 했다. 친구들의 수학 공부를 돕는 멘토 역할도 자처했다. 수학 교사들은 이를 두고 “많은 학생들이 어려워하고 기피하는 과목인데도, 다양한 풀이 과정에 흥미를 갖고 도전하는 모습을 보이며, 특히 교과서의 다양한 생활 속 수학 이야기 안에 있는 문제들을 찾아내고 푸는 것을 좋아함”이라고 기록했다. “미적분이 세상에서 제일 재미있었다”고 말하는, 천생 수학자의 면모를 갖춘 연세대 수학과 1학년 김형주씨를 만났다. 취재 정애선 기자 asjung@naeil.com 사진 전호성 중학생 때부터 수학과 과학을 좋아했기에, 과고 입시를 준비 하기도 했지만 합격하지 못했다. 이 슬럼프가 오래가는 학생 들도 더러 있지만, 형주씨는 크게 개의치 않았다. 일반고 나 름의 장점이 있기에 수학에 대한 호기심을 학교 수업과 활동 안에서 풀어가며 3년 내내 우수한 교과 성적으로 졸업할 수 있었다. 1학년 때 국어 와 기술·가정 에서 2, 3등급을 받기는 했지 만 2학년 때부터는 지필고사를 한 달 전부터 준비하며 공부 에 투자하는 시간을 늘렸다. 덕분에 2, 3학년 내내 거의 전 과 목을 1등급으로 마무리할 수 있었다. 그러나 교과 성적 1등급 이라는 수치만으로 합격이 보장되지 않는 것이 학생부 종합 전형이다. 형주씨가 지원한 연세대의 종합 전형 중 ‘활동 우수 형’은 특히 내신 최상위 학생들이 대부분 지원하기에 성적이 합격을 위한 절대적인 요소는 아니다. 연세대가 말하는 “관심 있는 분야를 심화해 찾아들어간 공부가 있는지, 학교 구성원 을 위해 리더십을 보인 것이 있는지 등 활동 역량, 즉 경험이 중요하다”는 것을 형주씨는 어떻게 보여줬을까. 수업과 연계한 학교 활동, 수학을 주제로 꾸준히 참여 형주씨는 특히 수업과 연계한 학교 활동에 꾸준히 참여하면서 수학에 대한 시야를 넓힐 수 있었다고 했다. 1, 2학년 진로 희망 이 수학 교사일 만큼 수학의 재미를 알기 쉽게 소개하는 데 관 심이 많았기에 ‘재미있는 수학 수업 발표하기 프로젝트’는 안성 맞춤이었던 활동. 2학년 확률과 통계 수업에서 발표를 준비 하며 잡은 주제는 ‘확률과 통계의 역설’이었다. “주제 조사 과정에서 알게 된 몬티홀 문제와 심슨의 패러독스 등은 실생활에서의 선택의 문제, 스포츠 데이터 분석 등에서 수 많은 오류가 발생할 수 있다는 것을 알게 해줬어요. 이런 현상 을 좀 더 자세히 이해하고 싶어서 통계의 미학 재수가 아니 라 확률이다 등의 책을 찾아 읽었죠. 이 과정에서 여론조사, 물건 구매 등의 상황에서 왜 우리는 이런 오류를 알아차리지 못 하는지 궁금하더라고요. 투표 상황에서의 역설을 설명하는 ‘콩 도르세의 역설’을 접하고 다수결의 비효율성에 관한 이론을 조 사하기도 했어요. 모든 사람의 합의가 불가능할 경우 차선책 중 하나인 다수결의 원칙에 많은 한계가 있음을 알게 됐고, 정치적 결정은 단순히 투표로만 정해져선 안 된다는 여론에 깊이 공감 하게 됐어요. 우리의 일반적인 상식에 도전하는 통계에 큰 흥미 를 느낀 계기였죠.” 나에게 수학은 매력적인 도전의 대상 일찌감치 수학 분야 진로를 희망했기에 3년 내내 활동한 자 율동아리는 모두 수학을 주제로 계획했다. 수업에서 배운 개 념을 친구들과 함께 자유롭게 풀어나가는 데 자율동아리는 시너지가 됐다. 자율동아리를 많이 하는 것보다는 관심 있는 주제를 꾸준히 탐구하는 것이 효율적이라고 생각했기에 학년 별로 활동한 동아리는 과학 관련 정규 동아리 1개, 수학 관련 자율동아리 1개로 한정했다고. 3학년 때는 정규 동아리도 수 학으로 집중했다. “3학년 때 기하와 벡터 수업을 들으면서 ‘현수선’에 관심이 생겼어요. ‘현수선 속에 숨겨진 이야기’를 탐구 주제로정하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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3페이지 내용 : 서 다른 함수와 구별되는 쌍곡선 함수의 특징이 궁금해져 자 율동아리에서 ‘공업수학의 세계’ 를 주제로 복소함수에 대해 이어서 탐구했죠. 몇 가지 소득은 있었지만, 복소함수만의 특 징을 이해하기 위해서는 좀 더 심화적인 내용을 배워야 하더 라고요. 수학과에 진학해 이때 느낀 아쉬움을 해소해보고 싶 어졌고요.” 기초학문으로서 수학에 매력을 느낀 것이 시작이었지만, 공 부하면 할수록 좀 더 눈길이 간 쪽은 경제수학이나 공업수학 과 같은 응용수학 분야였다. 범죄수학 을 읽으며 범죄 수사 에 수학적 원리를 도입해 사건을 해결해나가는 점이 신선한 충격으로 다가왔다. 특히 “나는 수학이 가치가 있어서가 아니 라 재미있고 아름답기 때문에 좋아한다”는 지은이의 말은 단 순히 수학 문제 풀이만을 좋아하던 그에게 수학의 진정한 의 미를 다시 생각해보는 계기가 됐다고. “수학이 우리의 직관에 도전하듯, 저도 수학의 활용성에 도 전하고 싶었어요. 4D 프레임을 활용해 수학적 원리가 있는 구조물을 만드는 수학 창의 대회에 참가하면서 ‘건축물 속 의 수학적 원리’에 대해 직접 조사하고 탐구해봤죠. 구조물 을 만들면서 사소하게 생각했던 수학적 개념들의 중요성 을 다시 한 번 느낄 수 있었어요. 제가 3년 내내 스포츠 클 럽 활동으로 농구를 했거든요. ‘스포츠 속의 수학’ 을 주제 로 탐구하면서 ‘포물선과 타원을 이용한 효율적인 농구공의 궤적’에 대해 알아보기도 했죠. 수학 은 단순히 사실 탐구의 학문이 아니 라, 우리의 삶을 구성하고 해석하는 학문임을 증명해내고 싶다는 생각이 강해지더라고요.” “대학은 왜 ‘배우고 느낀 점’을 묻는지 생각해보길” 수학을 향한 형주씨의 꾸준한 애정은 자연스럽게 학생부 곳곳에 묻어났다. 논리적인 사고력과 분석력을 요구하 는 수학을 전공하려는 학생답게 그에 게선 자신의 활동을 과장하거나 포장 하는 모습도 찾아보기 힘들었다. 그래 서일까. 3학년이 되어 지원 전형을 결 정할 때, 형주씨는 제시문 기반 면접 외에 서류 확인 면접이 포함된 연세대의 면접형 전형보다 제시문 기반 면접으로 진 행되고 서류 평가 비중이 좀 더 높은 활동 우수형 전형을 우 선적으로 고려했다. 수시를 준비하는 과정에서 복병은 자기소개서였다. 특히 고 교 재학 기간 중 학업에 기울인 노력과 학습 경험을 묻는 1번 질문의 ‘배우고 느낀 점을 중심으로 기술하라’는 대목이 너무 어려웠다고. “1, 2학년 때부터 자기소개서를 생각하고 활동했던 게 아니었기 때문에 선생님들께서도 ‘배우고 느낀 점’을 강조하시는데 막막하 더라고요. 처음엔 2학년 때 내신 성적을 끌어올리기 위해 어떻게 공부했는지로 접근했더니, 이를 보시고는 선생님들이 수학 관련 활동에서 얻은 점을 썼으면 좋겠다고 하셨어요. 동아리나 팀 프 로젝트에서 찾아보려니 영 글이 안 써지는 거예요. 의미를 두고 노력했던 교내 활동을 쓰는 2번 항목은 오히려 수월했는데, 배우 고 느낀 점을 중심으로 학습 경험을 묻 는 1번에서 가장 고전했어요. 너무 일찍 부터 입시에 초점을 맞춰 고교 생활을 할 필요는 없지만, 대학이 나중에 나에 게 어떤 것을 궁금해할지 한 번쯤 짚어 본다면 학교생활에 도움이 된다는 것을 학생들에게 꼭 전해주고 싶어요.” 그리 고전했던 자기소개서를 형주씨 는 이렇게 마무리했다. “누군가는 ‘수 학은 왜 배우며 왜 아름다운 거지?’라 는 물음을 던질 것입니다. 저는 이들 에게 수학의 필요성과 아름다움에 대 해 이해하고 느끼게 해주고 싶습니 다.” 기초학문에 뜻을 둔 젊은 연구자 와의 만남은 분명 반가운 일이다. 32 Weekly Education Magazine 수학은 단순히 사실 탐구의 학문이 아니라, 우리의 삶을 구성하고 해석하는 학문임을 증명해내고 싶다는 생각이강해지더라고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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