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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페이지 내용 : naeiledu 35 주변에 심리학을 전공하는 선배나 친척들이 많아 심리학은 신정은씨에게 매우 가까운 학문이었다. 중학생 때부터 친구들의 마음속 깊은 이야기를 들어주고 대화로 고민을 해결해주는 것에 기쁨을 느꼈다. 평소 추리소설을 읽는 것이 취미인데 소설 속 인물들의 심리를 추리하는 걸 좋아했다. 중학교 때 이미 소설 나미야 잡화점의 기적 을 읽으면서 막연하게 심리상담사를 꿈꾸기도 했다. 사람에 관심이 많고 마음이 따뜻한 정은씨가 심리학과 상담심리학에 관심을 가진 것은 어찌 보면 당연한 결과. 앞으로 심리학을 제대로 공부해 고통받는 사람들의 상처를 치유하고 싶다는 정은씨의 심리학 탐색기를 따라가본다. 취재 조진경 리포터 jinjing87@naeil.com 사진 전호성 진로 특강에서 확인한 꿈 막연했던 꿈은 고등학교에 입학하고 구체화되기 시작했다. 정은씨가 다닌 경기 원종고는 학생들이 진로를 탐색할 수 있 는 프로그램이 다양해 각 분야에 종사하는 분들의 강연을 접 할 기회가 적지 않았다. “심리상담사로 진로를 굳힌 것은 2학년 때 들었던 특강이 결 정적인 계기였어요. 남성과 여성의 상담 비율이 꽤 차이가 나 고 상담의 기대치도 다르다고 하더라고요. 여성은 상담을 받 는 기회가 많고 그 결과에 대한 기대치가 높게 나타났지만 남 성은 상담자도 적고 기대치도 낮게 나타난다고 해요. 그런 결 과가 나타나는 원인이 궁금했고 대학에 진학해 상담 영역에 서 남녀 간 성별 차이가 나타나는 원인과 문제점, 대안 등을 체계적으로 연구해보고 싶었어요.” 좋아하는 과목은 심리학과 밀접한 사회·문화 였다. 내용을 무조건 외우는 공부를 싫어했기 때문에 개념을 사례와 연관 해 공부하기를 즐겼다. 연구방법론을 배울 때는 유명한 심리 실험 중 연구윤리에 어긋난 실험은 어떤 것들이 있는지 찾아 가면서 공부했다. 사례를 조사하면서 스탠리 밀그램이 진행 한 ‘권위에 대한 복종 실험’의 비윤리적인 연구 과정에 충격을 받았고 그럼에도 스탠리가 어떻게 지금까지 명성 높은 심리 학자로 알려져 있는지 궁금해 스키너의 심리상자 열기 파 블로프의 개 등의 책을 찾아 읽었다. “‘아기 알버트 실험’과 ‘스탠포드 교도소 실험’ 등은 심리학 연 구 윤리와 관련해 매우 중요한 실험이에요. 9개월 된 아기 알 버트가 흰 쥐나 강아지, 원숭이들을 만지려고 할 때마다 큰 소리를 내어 겁을 주었더니 나중에는 솜뭉치만 보아도 경기 를 일으킬 정도로 공포감을 느끼게 돼요. 공포감이 어떻게 외 부 자극으로 형성되는지를 연구한 것인데 말 못하는 아기를 대상으로 공포심을 실험했다는 점에서 비판을 받았어요. 연 구 방법과 연구 윤리를 고민한 사례였죠.” ‘왜 사람들은 다른 사람의 일에 무관심할까?’에서 출발한 연구 심리학에 대한 관심은 자율동아리 활동으로 이어졌다. 친구 들과 동아리를 만들어 심리학 관련 책을 읽고 토론을 하고 실 제 상담사로 활동하고 있는 분들을 만나 인터뷰했다. 심리상담론을 따로 공부하기도 했는데 정은씨가 가장 관심을 가진 이론은 방관자 효과였다. 방관자 효과는 주위에 사람들 이 많을수록 어려움에 처한 사람을 돕지 않게 되는 현상을 말 하는 심리학 용어다. 공부하면서 실제로 이런 일이 우리 주변 에도 일어나는지, 왜 이런 현상이 나타나는지 실험해보고 싶 었다. 정은씨를 비롯해 3명의 친구들은 방관자 효과의 대표적인 사 례인 ‘키티 제노비스’ 사건에 착안해 ‘사람이 많은 곳에서 누군 가가 칼에 찔렸다면 신고를 할 것인가, 신고하지 않는다면 어 떤 이유 때문인가’라는 내용으로 150명의 학생을 대상으로 설 문 조사를 실시했다. 조사 결과, 56%의 학생이 ‘신고하지 않 겠다’고 답변했고 그 이유는 ‘다른 사람이 신고하리라 생각해 서’가 33%로 가장 높았다. 사람이 집단에 속해 있을 때 개인 적 책임을 적게 느끼는 책임감 분산이 방관자 효과의 원인임 을 알 수 있는결과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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3페이지 내용 : “그 외에도 바빠서, 혹은 나와 관련이 없어서, 아니면 대처하 는 법을 몰라서라는 답변이 나왔어요. 실제로 지하철에서 쓰 러진 사람을 본 친구를 인터뷰했는데 어떻게 해야 할지 몰라 굉장히 당황했다고 하더라고요. 그 친구는 그때 경험으로 응 급구조학과에 진학했어요. 이 조사는 책에서 배운 이론을 직 접 설문으로 만들어 조사하고 분석했다는 점에서 의미 있었 던 것 같아요. 준비 과정에서 회수율이 낮고 무성의한 답변이 많아서 포기할 뻔 했지만 친구들을 다독여가며 연구를 마무 리할 수 있어 개인적으로 무척 뿌듯했던 경험이었습니다.” 어기역차, 또래상담의 기본자세 2학년 때는 또래상담 동아리에서 솔리언 또래상담 기본 교육 을 이수해 I-message 대화법 상대방을 비난하는 말 대신 나 의 감정을 이야기하는 대화법 , 어기역차 등 상담 기법을 배 우고 또래상담자로의 자격을 갖췄다. 어기역차는 ‘어떤 이야 기도 들어주고 기분을 이해해주고 역지사지 입장에서 차이 를 인정해주자’의 줄임말. 또래상담에는 굉장히 중요한 기법 이다. 실제 친구들과 얘기할 때도 이 방법을 기억하고 대화를 이끌어가는 게 무척 도움이 됐다. 심각한 입시 스트레스로 우울증에 빠진 친구를 도와준 일은 힘든 고3 수험생활 중 가장 기억에 남는다. 외국에서 살다가 고2 때 우리나라로 온 친구가 있었는데 우리나라의 교육 환 경에 적응을 못하고 진로 문제까지 겹쳐서 우울증을 앓았던 것. 그 친구와 얘기를 나누던 중 정신 과 치료를 받고 있고 극단적인 생각까 지 한 적이 있었다는 사실을 알게 됐 다. 나름 친하다고 생각했는데 몰랐던 게 너무 미안했다. “어떻게 도움을 줘야 할까 고민하다 학 교 상담선생님과 심리상담사인 친척한 테 도움을 청했어요. 두 사람 다 우울 증이라는 상황을 친구가 직접 주변에 알려 다른 사람의 도움을 받는 것이 효 과적일 수 있다고 알려줬어요. 제가 할 수 있는 게 많지는 않았지만 친구의 얘 기를 진심으로 들어주려고 노력했어 요. 3학년 내내 점심시간에 둘이서 산 책을 하며 깊은 얘기를 나누었는데 졸업할 때쯤에는 친구가 우울증에서 벗어나 너무 기뻤어요.” 자연 계열 성향 강한 심리학 제대로 파악하기 정은씨는 종합 전형으로 4장의 원서를 심리학과에, 나머지는 교과 전형으로 사회복지학과에 지원했다. 심리상담사가 되고 싶어 심리학과에 지원했고 어려운 처지의 사람들을 도와주고 싶어 사회복지학과에 원서를 넣었다. 두 학과 모두 사람에 대 한 이해와 관심, 배려가 필요한 학문으로 정은씨가 하고 싶은 공부였고 실제로 여러 곳에 합격했지만, 가장 먼저 합격한 덕 성여대 심리학과를 선택했다. 2020학년부터 덕성 인재 전형 은 학과별 모집에서 대학별 모집으로 전형 방법이 바뀐다. 학 업 역량과 발전 가능성을 보여준다면 합격할 수 있으니 전공 관련 활동이 조금 부족하더라도 적극적으로 지원하길 바란다 는 말도 잊지 않았다. 대학에 들어와 배우는 심리학은 고등학교에서 생각하던 것 과 조금 다르다고 한다. 심리학개론을 수강하고 있는데 생명 과학과 연관된 내용이 많아 꽤 당황하기도 했다. 하지만 이것 도 필요한 부분이라 정을 붙이며 재미있게 배우려고 노력하 고 있다고. 심리학을 전공하려는 후배들에게 전하고 싶은 말 도 전공을 넓게 바라보라는 것이었다. “심리학개론을 배울 때면 내가 생물학과에 온 건가 하는 착각 이 들 정도예요 웃음 고등학교 때 과학 공부를 열심히 할 걸 하는 후회도 들었죠. 심리학이 꽤 과 학적인 학문이고 인문 계열 학과이면 서 자연 계열과 유사성이 많다고 합니 다. 제가 전공하려는 상담심리는 심리 학에서도 작은 분야더라고요. 대중매 체를 통해 심리학을 접하다 보니 심리 학은 곧 상담심리로 생각하는 학생들 이 많은데요. 심리학과 관련한 자료나 논문을 찾아보고 심리학이 어떤 학문 인지 잘 살펴보았으면 해요. 교수님이 추천한 심리학의 오해 는 심리학에 대해 잘못 알려진 내용을 다룬 책으로 전공하려는 학생은 꼭 읽어보길 권합 니다.” 36 Weekly EducationMagazine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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