메뉴 건너뛰기
로고
책갈피 추가
페이지

2페이지 내용 : naeiledu 35 외국어 공부는 언어를 가리지 않고 흥미로웠다. 중학생 시절부터 좋아했던 일본어는 물론, 영어와 러시아어까지 관심이 갔다. 언어는 몸으로 익힌 공부가 더 중요하기에 외국인 관광객이 많이 찾는 인사동 거리에서 한식에 대해 소개하겠다며 무작정 “함께 식사하실래요?”라고 권유하던 당찬 학생이 이번 인터뷰의 주인공, 숭실대 일어일문학과 1학년 정다빈씨다. 2학년까지만 해도 학생부 종합 전형과 정시를 병행해 준비했지만, “한 번의 시험에 인생을 걸고 싶지 않아” 3학년부터 종합 전형 준비에 전념했다. 고교 3년의 시간이 기록된 학생부가 온통 어학을 향해 있었으니, 어문 계열 전공으로 지원하려는 학생들에겐 다빈씨의 이야기가 좋은 자극이 될 법하다. 취재 정애선 기자 asjung@naeil.com 사진 전호성 어학과 글로벌, 내 학생부의 두 가지 키워드 할아버지는 일본어를 유창하게 잘하셨다. 영화 말모이 에 서도 그려냈던, 일제 강점기 당시 일본의 조선어 말살 정책 탓이었다. “할아버지는 당시 저보다 나이가 어리셨다고 해요. 그러 다 보니 지금도 말씀하실 때 일본어가 더 편하다고 하시 더라고요. 제가 일본어에 관심을 갖게 된 이후로 할아버지 께 간단히 일본어로 인사하면, 옛날엔 이런 말이었다고 알 려주셨어요. 고2 때 일본어 수업 도우미를 맡았는데, 친구 들이 일본어를 재미있게 접할 수 있는 방법을 고민하다 옛 일본어와 현대 일본어를 비교한 자료를 만들어 나눠줬죠. 저처럼 외국어 공부를 좋아하는 친구들은 다들 신기해하 더라고요.” 외국어를 좀 더 자유롭게 익히기 위해 선택한 것은 3년 내 내 활동했던 동아리, ‘경화모의유엔회의부’였다. 일본 대표 로 활동하며 ‘종교, 성별, 신분의 차이로 인해 발생하는 교 육 불평등 해결 방안’ ‘IS의 세계 문화 유적 파괴와 조직적 문화재 도굴 등에 맞선 세계문화유산의 보호에 관한 결의 서 작성’ ‘멸종 위기에 처한 동물들을 보호하기 위해 생물다 양성협약과 유엔기후협약이 각 회원국의 경제 및 정부 전 반에서 이행될 수 있는 결의안 작성’ 등을 직접 조사하며 발 표했다. 다양한 국제 이슈들을 폭넓게 들여다보며 글로벌 감각을 키울 수 있는 기회였다고. 3학년 때 어학에 관심 있는 친구들과 함께 활동한 자율 동아 리 ‘언어탐구부’에서는 러시아어와 한국어를 비교해보기도 했다. 한데 ‘돌다리도 두드리고 건너라’ ‘시작이 반이다’ 등 양 국의 속담이 비슷한 경우가 꽤 있다는 점이 눈에 띄었다. “전혀 다른 언어를 쓰는데, 왜 비슷한 속담이 생겼는지 궁 금하더라고요. 알타이어 연구 도서를 읽으면서 언어의 기 원에 대해 부원들과 토론해보기로 했어요. 아시아 언어가 알타이어에서 내려왔다는 학자들의 주장을 참고해 시베리 아에서 생활하던 아시아인의 조상이 빙하기에 세계 각지로 흩어지는 과정에서 일부가 현재 러시아 지역에 정착, 알타 이어가 러시아어에도 영향을 미쳤을 가능성이 있다는 견해 를 발표했죠. 자료가 희박해 추론에 한계는 있었지만, 언어 의 역사에 대해 근본적으로 생각해본 경험이었어요.” 디지털 세대의 어학 공부법은 이런 것! 다빈씨는 일본어 공인 인증 시험을 따로 본 적은 없다. 어 릴 때부터 디지털 환경에서 자란 요즘 학생들을 ‘Z세대’라 고 이른다더니, 과연 어휘와 문법을 달달 외던 기성세대와 는 언어에 대한 접근법 자체가 달랐다. “외국인들과 친구를 맺고 대화할 수 있는 ‘헬로톡’이라는 어 플이 있어요. 거기서 일본 친구를 찾아 틈틈이 대화를 나눴 어요. 일본의 자매학교인 메이지고교 학생들이 다녀간 뒤 로는 이 친구들과 카카오톡으로 대화하면서 자연스럽게 일 본어 회화 연습을 할 수 있었어요. 자율 동아리인 ‘월드와 이드시사토론부’에서 활동했을 때는 캐나다에서 살다온 선 배가 있어서 현지 학생들과 화상 통화나 카카오톡을 활용 해 국제 시사에 대해 토론하고, 협동 칼럼도 작성해봤죠.” 2학년 때는 한국 문화를 널리 알리고 싶어 자율 동아리 ‘글 로벌문화교류부’를 만들었다. 일단 외국인들과 직접 마주칠 수 있는 기회를 만드는 것이 관건이었다. 1차 타깃을 경복궁 으로 정했다. 문화유산인 경복궁에 대한 자료를 조사해영

페이지
책갈피 추가

3페이지 내용 : 어와 일본어로 된 안내 책자를 만들고, 경복궁으로 향했다. “외국인 관광객들에게 자료를 나눠주면서 경운궁, 경회루 등을 영어와 일본어로 설명해줬어요. 한복도 입었고요. 하 하. 처음엔 좀 부끄럽고 어색했지만, 저희 설명 덕분에 한 국 문화와 역사에 대해 더 잘 이해하게 됐다는 말에 용기를 얻었죠. 활동을 마무리하면서 한국 여행에서 아쉬웠던 부 분에 대해 설문 조사를 하니, 한식을 먹을 때 설명이 없어 아쉬웠다는 평이 많더라고요. 다음 활동으로 한식 체험을 기획해보기로 했어요.” 2차 타깃은 인사동이었다. 외국인 관광객들이 보통 한정식 이 나오는 식당에 주로 간다는 점에 착안, 코스별 음식에 대한 설명 자료를 만들었다. “왠지 방황하고 ? 있는 듯한 외국인 관광객이 보이면 다가 가서 ‘같이 식사하러 가실래요?’ 무작정 제안했어요. 퇴짜 는 두 번 정도 맞은 것 같아요. 하하. 일본·미국·호주에서 온 관광객들이 흔쾌히 함께 가주시더라고요. 이런 경험은 처음이라며, 정말 용기 있다면서요. 우리 조상들의 지혜를 엿볼 수 있는 김치 문화에 대해 설명하고, 불고기나 비빔밥 은 어떻게 만들어진 음식인지, 일본과 우리의 음식 문화가 어떻게 다른지 설명했는데, 답례로 간식거리를 사주시기도 했어요. 어떻게 보면 무모한 도전이었지만, 서로 다른 나라 의 사람들이 직접 만나 생각을 나누는 것이 얼마나 큰 배움 이 되는지 몸으로 느낄 수 있었던 기 회였어요.” “외국어 경쟁력 바탕으로 직업 탐색해나갈 것” 어학 공부에 딱 맞는 성향을 갖춘 다 빈씨에게 일어일문학과는 더없이 자 연스러운 선택이지만, 요즘 고등학 생들이 대학과 전공을 선택할 때도 취업을 고려하는 현실에서 고민은 없었을까. “물론 현실이 냉정하다는 건 저도 알 아요. 하지만 취업하기 위해 대학에 가는 건 아니잖아요. 하고 싶은 공부 를 더 깊이 하기 위해 대학에 가는 것 이 우선 아닐까요? 저는 통번역에도 관심 있지만, 항공사 승무원이 되고 싶은 생각도 있어요. 외국어 경쟁력을 바탕 으로 직업을 찾아가고 싶어서 전공을 일어일문학과로 선택 한 거고요. 막연히 취업이 잘 될 거라는 기대로 경영학과나 경제학과에 갔지만, 막상 공부가 너무 어렵다며 힘들어하 는 친구들도 있어요. 내가 대학에서 정말 하고 싶은 공부가 뭔지, 우선은 그 관점에서 고민해보길 권해요.” 우문현답이라 할 만하다. 현재 다빈씨는 숭실대 입학사정 센터 서포터즈인 ‘슈가온’에서 활동하고 있다. 종합 전형을 준비하는 후배들에게 좌충우돌하며 힘들었던 자신보다는 입시를 조금이라도 재미있게 준비할 수 있도록 도움을 주 고 싶어 선택했다고. “외국어나 사회 과목 성적은 괜찮았지만, 전체 내신 성적으 로 볼 때 제가 가고 싶은 대학에 합격하기가 만만치 않겠더 라고요. 모든 학생들이 꿈꾸는 기적이죠. ‘수능 대박’이 나 에게도 오지 않을까 싶어 정시도 함께 준비하긴 했지만, 학 생부를 보면 외국어에 관심 많은 학생이라는 게 한눈에 보 일 것 같아 3학년부터는 종합 전형에 집중했어요. 제가 면 접 준비를 3학년 때 정말 치열하게 했거든요. 스스로에게 화가 날 때가 많았어요. 나는 왜 이 정도밖에 못할까, ‘자 아 분열’ 같은 게 오더라고요. 하하. 그 과정을 이겨내고 나 니, 이제는 면접에 대해서 어느 정도 내성이 생겼구나 싶어 요. 슈가온 면접 때도 생각보다 제가 별로 안 떠는 거예요. 면접 꿀팁을 한 가지 전한다면, 생각보다 면접장에 화장을 하고 오는 친구들이 많아요. 자신을 내려놓아야 합니다. 하하. 학 생답게, 단정한 복장으로 오되 아무 래도 밝은 목소리가 귀에 더 쏙쏙 들 어오겠죠? 면접관 한 명만 뚫어지게 쳐다보기보다 적절한 시선 안배도 필 요해요. 제겐 종합 전형이 정말 도전 해보고 싶었던 대상이었어요. 그러나 무작정 이것저것 하려다 보면 후폭풍 이 크답니다. 적당히 조절하면서 우 선순위를 정해 하나씩 해나가길 추천 하고 싶어요.” 36 Weekly EducationMagazine

탐 색