메뉴 건너뛰기
로고
책갈피 추가

0페이지 내용 없음

페이지
책갈피 추가

1페이지 내용 : 72 Weekly Education Magazine 2019학년 대학수학능력시험 이하 수능 채점 결과가 발표됐다. 한국교육과정평 가원이 난도 조절 실패에 대해 사과했다. 내년부터는 국어 31번과 같은 초고난도 문제는 내지 않겠다고도 밝혔다. 교육적으로 타당성이 높은 문항을 출제하기 위 해 최선의 노력을 기울이겠다고 약속했다. 지적된 여러 문제점들에 대해 책임 있 는 당국에서 사과까지 했으니, 추후에는 보다 개선된 평가 도구가 만들어지지 않겠느냐는 낙관적인 생각이 들긴 했다. 그런데 지난해 수능은 어땠을까? 2018학년 수능 국어 영역 제시문으로는 환율·금리 등이 단기적으로는 급등락할 수 있어도 장기 적으로는 평균에 수렴한다는 ‘오버슈팅’ 이론, 디지털 통신 부호화 기술 등을 다룬 글이 나왔다. 정도의 차이만 있을 뿐 작년도 마 찬가지였다. “국어 시험인지, 경제·과학 시험인지 모르겠다”는 비판의 목소리가 많았다. 결국 내년 수능도 가봐야 안다는 결론이 나온다. 실제로 평가원장은 “올해 채점 결과를 면밀하게 분석하고 수능 난도에 대한 학교의 평가를 수렴해 난도 급변이 없도록 예년 출제 기조를 유지하겠다”고 말했다. 시간이 지나면 밀려오는 일정으로 인해 지적되었던 문 제들은 잊힐 것이다. 어떤 대책을 마련했는지에 대한 공론화 없이 또다시 ‘예년 출제 기조를 유지’하며 논란은 반복될 것이다. 질문의 방향을 조금 바꿔보자. 수능 난도는 정말 문제일까? 소위 ‘불수능’ 혹은 ‘물수능’이라고 불리며 매년 질타를 받았지만, 대학 이 수능을 활용해 학생을 선발하는 데 문제가 있었던 적은 단 한 번도 없었다. 2008학년 수능 등급제 하의 대학 입시에서도 선발에 있어 문제는 발생하지 않았다. ‘불수능’이건 ‘물수능’이건 학생들에게는 조금도 방심이 허용되지 않는다. 최선을 다할 뿐이다. 그렇다면 무엇이 문제일까? 현재 학교 시험에서는 공교육정상화법에 의거해 교육과정의 성취 기준을 바탕으로 출제하고 있다. 선행 학습을 억제하기 위해서는 정상적으로 교육과정을 이수했다면 충분히 해결할 수 있는 문제를 평가 도구로 활용해야 하기때문이다. 그런데 수능은 소위 ‘변별력’을 위해 정상적으로 교육과정을 이수한 학생들도 풀 수 없는 문제 매우 낮은 정답률의 문제 를 버젓이 출제하고 있다. 결국 교육부가 책임지는 시험이 학교 교육과 수능을 완전히 분리해 준비하도록 유도하고 있는 셈이다. 결론적으 로, 또 결과적으로 학교의 정상적인 교육과정 운영을 방해하는 최대의 적은 다름 아닌 수능인 것이다. 지나치게 어려운 문제로 다 수의 학생들을 좌절케 하고, 사교육과 선행교육을 유발하고 있는 것이 현실이다. 이러한 문제점을 개선하기 위해서는 수능도 공교육정상화법을 준수하도록 제도화해야 한다. 최소한 수능 출제장에 공교육정상화 법 준수 여부를 판단하는 위원회 위원들을 입소시켜 출제된 문제들을 검토하게 해야 한다. 아울러 출제도 이제는 현직 교사들이 해야 한다. 교수들은 출제된 문제들이 학문적 사실에 적합한지 등을 판단하고 검토하면 된다. 전국연합학력평가 출제 등으로 현직 교사들도 출제 역량을 충분히 갖췄다고 자부한다. 한편 평가원은 영어 영역 1등급 비율이 줄어든 것은 절대평가 도입 이후 학생들이 공부를 덜했기 때문이라며 수험생들에게 책임을 돌렸다. 과연 그럴까? 일부 그럴 수는 있겠지만, 수능에 출제된 문제를 풀기 위한 수업과는 전혀 다른 형태로 영어 공부를 했기 때문에 그럴 수도 있다. 그렇다면 학생들의 영어 실력이 떨어졌을까? 학교 현장에서 본 학생들의 영어 활용 능력은 결코 저하되지 않았다. 영어 공부를 소홀히 하지도 않았다. 이러한 상황을 고려했을 때, 수험생들에게 책임을 돌 린 평가원의 대응은 다소 아쉽다. 평가원은 절대평가의 도입 취지에 대한 이해 없이, 또 고교 현장 에서 변화하는 영어 학습에 대한 이해 없이 과거의 영어 시험 문제 출제에서 벗어나지 못한 것은 아닌지 되돌아봐야한다. 늘 지적해왔지만 대안을 전혀 제시하지 못하는 탐구 영역의 과목 간 유불리 문제는 더 심각하다. 열심히 공부해 틀린 문제 없이 다 맞힌 학생들의 경우도 어떤 탐구 과목을 선택했는지에 따라 백분위 최댓값과 최솟값 간 차이가 34점에 달한다. 정시 모집에서는 아주 작은 소수점 이하의 차이로 합격과 불합격이 갈리기에 이 차이는 결코 작은 점수가 아니다. 노력의 차이가 아니라 선택 과목 의 당해 연도 난도에 따라, 결국 운에 의해 합격과 불합격이 갈리는 것이다. 이 무수한 문제덩어리 수능을 어떻게 개선할 것인가? 무엇보다 수능은 객관식 시험이란 한계가 뚜렷하다. 쉽지 않은 일이나 마냥 한숨만 쉬고 있을 수는 없다. 고교 현장과 적극 연계하며 수능을 둘러싼 현안들을 해결하기 위해 중지를 모아야 할때다. Weekly closing 교육시론 수능 성적표를 받고서 주석훈 교장 서울미림여자고등학교

탐 색