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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페이지 내용 : 58 Weekly Education Magazine 3월부터 학교를 옮기게 되었다. 만덕고가 ‘다행복학교 부산 혁신 학교의 명칭 ’로 출발할 때 왔다가 5년 만에 떠난다. 공립학교 교 사들은 몇 년 만에 한 번씩 치르는 인사 이동이지만, 이번엔 좀 다르다. 평교사에서 공모제 교장으로 임명되었기 때문이다. 오랫 동안 승진의 길과는 무관하게 살다가 다 늦은 나이에 새로운 출 발을 하게 된 것은 알 수 없는 인연의 힘일 테다. 또한 늘 마음에 품어왔던 행복한 배움 공동체에 대한 꿈 때문이기도 할 것이다. 부임지인 충렬고도 물론 다행복학교다. 아이들에게 남긴 작별 인사 종업식을 마친 오후에 인사 발표가 나서, 학생들에게 작별 인사 를 못했다. 작년에 1학년 부장을 했기 때문에 적어도 1학년 학생들 에게는 알려야 했다. 교장 선생님은 영상을 찍어서 개학날 틀자고 하셨지만, 나는 영상보다는 글이 편했다. 소식을 알려야지 하면서 도 코로나19 사태 때문에 다른 얘기를 꺼내기가 조심스러웠다. 코로나19의 확산으로 개학이 연기된다는 결정이 나기 며칠 전, 마음을 가다듬고 노트북을 열었다. 막상 작별 인사를 하려니 남 겨둔 아이들이 애틋하고 떠나는 마음이 아쉬워서 글이 길어졌다. 2쪽짜리 글을 써서 8개 학급의 국어 단톡방에 올렸다. 반의 특성 에 맞춘 몇 줄의 인사말 외에 다 같은 내용이었다. 단톡방에 글을 올리는 것은 늘 조금 망설여진다. 말을 던졌는데 받는 이가 없으 면 민망하기 때문이다. 더구나 선생이 작별 인사를 하는데 학생 들이 침묵한다면? 설마, 우리 학생들이 그 정도로 예의도, 소통 능력도 없지는 않으리라고 생각했다. 올린 글을 다 읽었을 즈음, 반마다 답신이 떴다. “선생님 가지 마요 ㅠㅠ” “선생님이랑 수업해서 좋았습니다 ㅠㅠ 국어 시간 재밌었는데 다 른 선생님이랑 수업을 해야 하네요 ㅠㅠ 선생님도 코로나 조심하 시고 항상 건강하세요.” “1년 동안 정말 정말 감사했습니다. 선생님의 피드백과 수업 덕분 에 글 쓰는 법을 조금 더 잘 알게 되어서 너무 좋았습니다. ♡ 그 동안 정말 수고 많으셨어요 ” “1년 동안 수업 잘 들었고, 감사했습니다. 건강 관리 잘하시고 교 시인의 학교 ⑤ 2020 작별 인사 글 조향미 교장 부산 충렬고등학교 학생들이 책 읽기를 좋아하고, 자유로이 글을 쓸 수 있는 어 른으로 성장하면 좋겠습니다. 언제든 스스로 배울 수 있는 사람, 더불어 사는 주체적 사람이 될 수 있으니까요. 시를 쓰는 국어 선생이었다가 평교사 출신 공모 교장이 되었습니 다. 학생과 교사와 학부모 모두가 행복하게 배우고 성장하 는 학교, 푸른 느티나무 아래서 시 읽는 소리 낭랑한 학교를 만들고 싶습니다. 그 나무가 나에게 팔을 벌렸다 봄 꿈 등의 시집과 시인의 교실 우리의 문학수업 작전명 진 돗개 산문집을 펴냈습니다. column #시인의_학교 #조향미_교장 부산 만덕고 조향미 교사는 소설책도 안 읽는 ‘고딩들’ 이 소설을 쓸 수 있게 하는 분입니다. 만덕고 학생들이 문학 수업에서 자신의 이야기로 쓴 소설을 엮어낸 작전명 진돗개 는 그렇게 탄생한 책이었죠. 부모는 모르는 요즘 10대들의 생각과 고 민을 ‘시인의 학교’를 통해 생생하게 전합니다. 마음 한편 ‘작은 불 꽃’을 안고 있는 우리 학생들을 따뜻하게 보듬는 시인 교사의 시선 을따라가보시죠._편집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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