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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페이지 내용 : naeiledu 57 에 그런 차별을 쉽게 목격할 수 있다. 일례로 우리 집 차가 신호 대기로 서 있 을 때 뒷차가 박는 바람에 앞차를 친 적 이 있었다. 우리 앞차는 중국 외지인, 우 리는 외국인, 사고를 낸 뒤차는 이우 사 람이었다. 신고를 하고 기다리는데 가해차 운전자 의 친구가 여럿 와서 몰래 데려가고 한 명이 남아 뒤처리를 했다. 알고 보니 음 주운전이었는데, 그럼에도 불구하고 경찰은 처벌 없이 보험사와 합의하라고 안내했다. 황당했는데, 우리 앞에 있다 가 덩달아 치인 중국인은 가해차량 운 전자가 이우 사람이라는 말을 듣고는 항의조차 하지 않았다. 나중에 들어보 니 본지인과 외지인이 시비가 붙으면 대부분 본지인의 편을 들어줘서 기대도 하지 않았다고 한다. 비밀이 없는 학교 아이가 학교에 들어가고 놀랄 일은 더 많아졌다. 그중에서도 단톡방에 아이 들의 학번과 이름. 성적을 교과별로 모 두 공개하는 것을 보고 처음엔 경악했 다. 아는 정보이니 학부모들은 학생들 이 민망해하건 말건, 자기 아이 성적과 친구 성적을 스스럼없이 언급한다. 외 국인인 우리 아이와 나만 입을 닫고 있 을 정도. 뿐만 아니라 숙제 등 학교에서 해야 하 는 걸 안 하는 경우 아이들을 교탁 앞으 로 불러서 사진을 찍어 단톡방에 올리 는 것도 충격이었다. 개인적으로 주의 를 줘도 괜찮을 법한데, 꼭 단톡방에 사 진을 올리고 잘못한 내용을 상세히 서 술하고, 학부모에게 아이 관리 잘하라 는 식으로 전체 메시지를 보낸다. 단톡 으로 연락이 오니 아이에게 더 주의를 주지만, 아이들의 자존감을 저해하고 학부모에게 망신을 주는 것 같다는 생 각도 크다. 한편 한국인으로 학교를 다니며 불편했 던 수업은 기억에 없다. 일전 사드 배치 문제로 한중 관계가 경색됐을 때, 택시 를 탔더니 기사가 한국인임을 알아채고 “중국을 배신하면 안 된다. 중국의 속 국이 어떻게 그런 선택을 하느냐”고 한 적이 있었다. 영사관에서 안전을 이유 로 대응하지 말라는 공지를 받아서 “한 국은 한국, 중국은 중국 다른 나라이고, 나라 간의 문제를 지금 우리가 논쟁할 필요는 없다”고 말하고 마무리했다. 혹시 중국인이 한국을 속국으로 보나, 학교 수업에 그런 내용이 있나 싶어 아 이들에게 물었더니 고개를 저었다. 교 과서 등에서는 6·25 전쟁이나 한강의 기적 등 근대사 중 경제 발전 위주로 나 온다는 얘기만 들었다. 중국 학교에서는 강제로 1년에 한 번씩 보험을 들게 한다. 3년 전부터는 의료 보험도 별도 가입하도록 안내하고 있 다. 비용은 많지 않지만 개인별로 다 들 어야 해 번거롭고, 외국인인 우리가 필 요한가 싶어 선생님께 문의했다. 처음 에는 필요하지 않으면 가입하지 않아도 된다고 했는데, 나중에는 모든 학생이 다 가입해야 한다며 아이들의 보험 영 수증과 보험 카드 중국 의료보험 카드 는 신분증처럼 카드로 되어 있고, 병원 에서 진료 카드로 쓸 수 있다 를 사진으 로 찍어 단톡방에 올리라며 일일이 점 검했다. 얼마 전 큰아이가 선생님들도 여러 점 수로 업무 평가를 받는데, 관련 실적 점 수가 낮으면 인사고과에 불이익을 받는 다는 말을 들었다고 한다. 정부나 학교 의 사정으로 아이들을 경제적으로 이용 한다는 생각이 들 때가 있는데, 당장 인 사고과 점수가 걸린 선생님들의 입장이 한편으론 마음이 쓰였다. 로마에 가면 로마법을 따르라는 말처 럼, 중국에 왔으니 중국법을 따르고 문 화에 맞춰서 사는 것이 맞다. 하지만 한 번씩은 깜짝깜짝 놀랄 때가 있다. 한국 인의 정체성을 가진 내겐 어쩔 수 없는 일 같다. 1 1 홍빠오. 용돈을 넣어주는 붉은 봉투인데, 꽝시를 맺기 위해 뇌물이나 촌지를 건넬 때도 쓰인다. 요즘엔 현금이 아니라 위챗으로 주고받는다. 2 아이들의 사회보험 카드. 은행 카드 겸용이나 만 16세 미만이면 계좌를 개설할 수 없어 사회보험 카드로만 쓰인다. 3 학교에서 받은 한파 주의 안내문. 11시 한파 황색경보가 떴으니 보온에 주의하라는 내용. 지난 16년간 이우에서 겪은 최저 온도가 영하 3℃였는데, 이때 영하 5℃까지하락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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