메뉴 건너뛰기
로고
책갈피 추가
페이지

2페이지 내용 : naeiledu 35 미대와 미디어 사이에서 방황하다 찾은 콘텐츠 기획의 꿈 “고2 후반까지만 해도 미대 진학이 목표였어요. 어릴 때부터 너무 좋아하는 분야였고, 재능이 있다고 믿었기 때문에 별다 른 고민이 없었죠. 입시 미술을 만나기 전까지는요. 막상 입 시를 위한 수단으로 미술을 하려니까 힘들더라고요. 작품을 완성해가는 과정에 집중하기보다는 그 뒤에 숨은 역사와 철 학, 예술처럼 스토리나 배경에 더 끌리는 제 모습을 발견했어 요. 입시가 코앞인데, 이래도 될까 당황스러웠죠.” 주변 친구들과 마음을 터놓고 얘기하고, 담임 선생님을 수시 로 찾아가 조언을 구했다. 긴 고민 끝에 지원 학과를 인문사 회 계열로 바꾸는 게 쉽진 않았지만, 마음이 끌리는 대로 학 교 안에서 다양한 활동을 경험한 부분에서 힘을 얻었다. “원래 무슨 일이든 쉽게 포기하지 않는 성격이에요. 미술 입 시하는 친구들은 대체로 수학을 포기하는 경우가 많다는데, 다행히 저는 수학 공부를 꾸준히 했어요. 골고루 많은 책을 읽고, 다양한 일을 경험하려고 노력했던 것도 도움이 됐던 것 같아요. 철학이나 미디어콘텐츠 쪽으로 희망 학과를 바꿨지 만, 학생부 종합 전형으로 지원하면서 스토리로 엮을 만한 활 동을 그동안 제법 많이 했더라고요. 하하.” 글쓰기가 좋아 교내 백일장 대회에 빠짐없이 참가했던 일, 과 학 체험 활동 시간에 기후 변화를 주제로 영상 콘텐츠를 만든 일, 영어 시간에 영미문학 원서를 읽고 원작과 영화를 비교 분석하는 PPT를 만들어 발표한 경험에 이르기까지 3년간 흘 린 땀과 노력이 학생부에 고스란히 녹아 있었다. 친근하고 편안한 리더로 학생회 변화 이끌어 무엇보다 유나씨의 고등학교 생활을 활기차고 행복하게 지탱 하게 한 건 학생회 활동이었다. 치열하고 힘들었지만 그만큼 값지고 소중했다. “1학년 땐 학생회 활동에 별로 관심이 없었는데, 중학교 전교 회장을 했던 경험 때문에 등 떠밀리듯 1학년장을 맡게 됐어 요. 2학년 때 총학생회장 선거에 나가 당선됐고 그때부터 학 생회가 제 삶에 확 들어와 박혔죠. 축제를 비롯해 학교 안팎 의 다양한 행사를 책임지고 맡아 치르면서 바쁘고 정신없이 보냈어요. 리더의 역할에 대해 진짜 많이 고민한 시기이기도 해요. 실제로 학생회 친구들과 이런저런 갈등 상황에 놓일 때 도 많았는데, 강한 카리스마보다는 친근하고 편안하게 다가 가는 전략 ? 으로 위기들을 잘 넘겼죠.” 유나씨가 처음 만난 학생회는 선후배 간 서열이 강할 뿐 아니 라, 알게 모르게 형성된 그룹들이 서로 갈등을 빚고 있었다. 위계의 벽을 허물고 원활한 의사소통을 목표로 대대적인 혁 신을 감행했다. “학생회를 대표하는 이름뿐인 리더가 아니라 두 그룹을 하나 로 아우르는 진정한 대표가 되고 싶었어요. 다행히 학생회 부 장들은 이미 저와 지난 1년간 동고동락한 친구들이 많아 의견 이 다른 두 그룹 간에 거리를 좁히는 데 도움을 많이 줬어요. 우선 회의 시간에 의자 대형부터 바꿨어요. 일방적으로 내용 을 전달하기보다 모두가 편히 대화할 수 있도록 의자를 원형 으로 배치했죠. 의견을 밝히기 어려워했던 후배들에게 발언 눈앞에 놓인 도화지와 미술 도구들이 내 손놀림에 따라 변화무쌍하게 모습을 바꾸는 데서 매력을 느꼈다. 자연스럽게 미대 입시를 준비했지만, 철학 사상과 영상 제작에까지 마음을 뺏겼다. 중앙대 미디어커뮤니케이션학부 1학년 심유나씨는 입시 미술의 중압감에서 해방되자 문화예술과 콘텐츠 미디어의 신세계를 만날 수 있었다고 말한다. 미술-철학-예술-영상-콘텐츠로 확장하며 여전히 자신의 꿈을 새롭게 디자인하고 있는 유나씨를 만났다. 취재 홍정아 리포터 jahong@naeil.com 사진이의종

페이지
책갈피 추가

3페이지 내용 : 36 Weekly Education Magazine 기회를 보장해 적극적으로 회의에 참여하도록 했고요.” 위계의 벽을 허물자 새로운 아이디어가 자유롭게 쏟아지며 역동적인 회의가 가능해졌다. 그 결과 그동안 틀에 박혀 기계 적으로 진행해온 학생회 캠페인 활동도 학생 참여 중심의 참 신한 형태로 탈바꿈할 수 있었다. 학생회의 이런 변화를 지켜 본 교사들은 유나씨를 ‘역대 총학생회장 중 의사소통 능력이 가장 뛰어난 학생’이라고 평가했다. 생활과 윤리 시간에 만난 예술 철학과 사상가에 매료돼 예술 철학에 대한 관심이 깊어진 건 3학년 생활과 윤리 수 업을 들으면서부터다. 사회 속에서 일어나는 많은 문제를 해 결할 때 다양한 윤리와 철학적 이론을 적용하는 과정이 흥미 로웠다. 수업 시간에 배운 이론과 사상가에 관한 책을 찾아 읽으며 철학의 재미를 만났다. “‘예술과 윤리의 바람직한 관계에 대한 고찰’이라는 주제의 보 고서를 작성해 수업 시간에 발표했어요. ‘르네 마그리트는 스 스로 자신의 작품을 통해 철학을 한다고 믿었다’는 구절을 접 하면서 미술이나 예술, 그리고 철학을 아우르는 개념은 ‘미학’ 이라는 생각을 하게 됐고요. 생활과 윤리 교과서 안에서 접 한 도덕주의와 심미주의 개념을 더 깊이 파고들며 공부하고 싶었죠.” ‘표현의 자유’를 기본으로 하는 예술과 미디어콘텐츠는 공통점이 많았다. 예 술 철학에 대한 배경지식을 탄탄히 쌓 으면서 사람들의 심리를 파고드는 가 짜뉴스에 대한 관심도 자라났다. “가짜뉴스가 우리 청소년의 가치관 형 성에 어떤 영향을 미칠까 궁금해 과제 연구를 시작했어요. 어려운 논문들을 찾아 읽으며 핵심을 짚어내는 게 쉽지 않았지만, 덕분에 제 독해력은 몇 단 계 성장한 것 같아요.” SNS에서 가짜뉴스를 찾아 기사에 취 재원과 언론사 이름이 빠져 있는 걸 확인하고 유형별로 분석해나갔다. 가 짜뉴스 방지를 위한 규제 수단이 없는 지 확인하기 위해 독일 등 다른 나라의 방송법까지 뒤지며 과 제연구를 이어나갔다. “자율보고서를 만들어 수업 시간에 친구들 앞에서 발표했어 요. 발표가 끝나고 친구들의 박수를 받는 순간, 다른 보고서 발 표 때와는 달리 뭐라 말로 표현하기 힘든 희열이 느껴지더라 고요. ‘아 내가 정말 하고 싶은 공부가 이런 거구나’ 깨달았죠.” 미술에서 출발한 유나씨의 열정이 예술과 철학을 거쳐 미디 어콘텐츠로 진화를 거듭하는 순간이었다. 미술 음악 철학… 예술 즐기며 사는 사회인으로 성장하고파 “코로나 때문에 학교에는 자주 못 가지만, 2주에 한 번씩 홍 대 쪽에서 과 선배들과 친구들을 만나요. ‘청춘’과 ‘중앙’에서 이름을 딴 학과 동아리 ‘청충앙’에서 활동하고 있거든요. 라디 오 프로그램을 제작해 방송하는 모임인데, 저는 원고를 작성 하는 작가 역할을 맡았어요. 아직 참여한 지 얼마 안 됐지만, 미술 음악 영상 문학 철학 할 것 없이 다양한 분야에서 배우 고 느끼는 게 많습니다.” 그 틀이 영상이든 언론이든 미술이든 철학이든 관계없이 앞 으로도 예술을 즐기며 사는 멋진 어른이 되고 싶은 게 그의 바 람이다. 아직 직업을 정해놓은 건 아니지만, 마음이 잘 맞는 사람들과 만나 회사를 만들고 싶은 바 람이 있다. 그 안에서 자유롭게 다양한 콘텐츠를 제작하는 한편, 그것을 기획 하고 연출하는 역할도 하고 싶다고. “지금 생각하면 나 자신에게 미안할 만큼 고등학생 땐 끊임없이 스스로 의 심하고 불안해했어요. 아마 ‘불확실성’ 에 대한 막연한 두려움 아니었을까 싶 어요. 여전히 예측하기 힘든 하루하루 를 살고 있지만, 그렇다고 누군가가 정해놓은 틀 안에 안전하게 갇히고 싶 진 않아요. 불안해도 희망을 놓지 않 고, 사소한 일에도 스스로에게 격려와 칭찬을 듬뿍 하며 지낸답니다. 공부하 기 힘들고 몸과 마음이 지친 후배들에 게도 이 말을 꼭 전하고싶어요.”

탐 색