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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페이지 내용 : naeiledu 37 뚜렷한 진로 없던 1학년, 문화 해설 봉사와 만나다 고등학교 1학년, 뚜렷한 진로 희망 없이 내신에 올인했지만 성적은 오르지 않았다. 불안한 마음에 마지 못해 언론·미디 어 분야에 초점을 맞추고 학교 활동을 시작했다. “대학에 잘 가려면 무조건 내신부터 따야 한다는 강박이 컸어 요. 잠을 줄이고 커피를 마셔가며 공부했지만, 성적은 늘 제 자리였죠. 종합 전형으로 ‘인 서울’ 하려면 진로를 한 가지 정 해 학생부와 학교 활동을 그쪽으로 맞춰야 한다는 얘기에 ‘가 짜 진로’를 만들었지만 잘될 리가 없었어요. 이도 저도 아닌 상태로 1년을 어정쩡하게 흘려보냈죠.” 학급 반장이나 토론 동아리 활동을 하긴 했지만, 애정 없이 참여해 ‘의미’를 찾긴 어려웠다. 그나마 열의를 쏟으며 즐겁게 한 일은 시간 날 때마다 틈틈이 참여한 경북 영주 지역의 청 소년 문화 해설 봉사였다. “지역의 광복절 기념 행사에서 했던 안내와 행사 보조 봉사 활동을 계기로 지역 역사와 문화재에 관심이 생겼어요. 이후 삼판서 고택에서 영주의 선비 정신과 정도전에 대해 안내하 는 문화 해설 봉사를 하게 됐죠. 3년간 활동하면서 보람도 컸 고 무엇보다 많이 배웠습니다.” 관광객들이 해설을 지루하고 딱딱하게 느끼지 않으려면 어떻 게 해야 할까 궁리하다가 정도전의 업적을 설명할 때 ‘도시 계 획가’나 ‘공무원 지침서 저술’ ‘헌법 기초 제공’ 등 현대 용어에 비유하는 아이디어를 발휘했다. 막힘 없이 해설하려면 배경 지식을 더 쌓아야겠다고 생각해 삼판서와 정도전에 관한 책 과 자료도 열심히 찾아 읽었다. “판서의 성이 정, 황, 김씨로 바뀐 건 조선 초기 사회에서는 여성에게도 재산 상속이 가능했기 때문이란 걸 알게 됐고, 남 녀 동등 분배의 보장에 관한 내용을 경국대전 에서 확인할 수 있었어요. 이후 동양사상에 관심이 생겨 논어 와 맹자 까지 꼬리에 꼬리를 무는 독서를 하면서 배경지식을 쌓았고, 문화 해설이 저도 모르게 풍성해지는 걸 경험했어요.” 도시 재생 돕는 관광 콘텐츠에 눈뜨다 “2학년이 되자 어렴풋이 알겠더라고요. 한 가지 진로에 매몰 될 필요가 없다는 걸요. 그 무렵 교육 블로그 ‘삼선슬리퍼’의 운영자인 전천석 선생님의 도움을 많이 받았어요. 종합 전형 에 대해 궁금한 내용이 있거나 마음이 흔들릴 때마다 수시로 연락을 드려 조언을 구했죠.” 영주 지역 초·중·고 학생들과 지도 교사를 중심으로 한 청소 년 도시 참여단 활동도 성연씨의 교과 연계 심화 학습에 큰 도움이 됐다. 지역의 낙후한 재래시장 살리기를 비롯해 예술 문화콘텐츠를 활용한 문화 도시 만들기와 다른 지역 견학을 병행하면서 차츰 교과 지식도 확장해갔다. “도시 재생 선진지 견학으로 대구의 근대 골목을 방문한 적이 있어요. 가기 전에 역사 교과서에서 국채 보상 운동의 의의와 독립운동가 서상돈에 대해 찾아봤죠. 우리 지역에는 일제강 점기에 우리나라를 지켰던 가치 있는 장소로 ‘대한광복단 기 념 공원’이 있더라고요. 관련 내용을 더 알아보고 싶어 ‘도시 재생 심포지엄’에 참가했고, 다른 지역의 성공 사례와 실패 사 례에 관해 조사한 뒤 지역 관광 활성화 방안 보고서를 만들어 발표하기도 했죠.” 소수서원과 부석사의 유네스코 등재와 함께 정도전과 영주 시내를 연계한 새로운 관광 콘텐츠에 대한 아이디어도 냈다. 이 시기 성연씨가 작성한 보고서 중 특히 눈에 띄는 건 재래 시장인 후생시장의 ‘황금시대 방송국 축제 활성화 방안’에 관 한 것이었다. “청소년도 찾아오는 시장 만들기의 일환으로 관심을 끌 만한 VR 가상현실과 3D펜 체험 활동을 구상했어요. 후생시장의 전성기인 1970년대를 추억하는 의미로 옛 교복 입기·딱지치 기·달고나 체험 부스 설치도 제안해 실제로 축제에 반영했고 요. 다행히 현장 반응이 좋아 기뻤어요. 축제 기획의 재미와 즐거움, 보람을 느낀 시간이었습니다.” 과학사와 과학철학 코딩 수업에 도전하다 2학년 시기를 돌아볼 때 빼놓을 수 없는 또 다른 경험은 바로 과학사와 과학철학 과 코딩 수업과의 만남이다. “ 과학사와 과학철학 은 공동 교육과정으로 수강했어요. 인 문 계열 중에서 신청한 학생은 제가 유일해서 ‘왜 문과생이 이 과 수업을 듣냐’ ‘딴짓하지 말고 내신이나 잘 챙겨라’라는 주변 반응도 있었죠. 그런데 그런 얘기들을 들을수록 나도 모르게 ‘아니야, 이게 바로 종합 전형으로 가는 길이야. 내가 틀리지 않았다는 걸 증명하자’라는 오기 같은 게 생기더라고요.” 과학사와 과학철학 수업에서 배운 과학 혁명을 이해하기 위해 독서와 문법 시간에 과학 혁명의 구조 라는 책을찾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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3페이지 내용 : 38 Weekly Education Magazine 아 읽다가 한 줄의 문장에 의문이 생겼다. “사회과학이 그러 한 패러다임을 얼마나 획득했는가는 미결로 남아 있다”는 구 절에서 ‘사회과학에 확고한 패러다임이 정립될 필요가 있을 까’ 하는 의문이 들었던 것. “ 사회·문화 시간에 배운 갈등론, 진화론, 상징적 상호작용 론이 바로 패러다임 정립 전 의견 불일치 단계에 해당한다고 생각했어요. 각 이론에도 단점이 있으니 하나의 이론이 모든 사회를 재단하는 틀이 돼선 안 되잖아요. 객관적인 과학 현상 을 주관적인 사회탐구에 적용할 땐 차이를 명확히 알고 달리 적용해야 한다는 걸 깨달았죠. ‘고대부터 이어진 사상 다툼이 아직 통일되지 않은 이유도 유일한 사상에 대한 객관적 증명 이 불가능해서 아닐까’ ‘여러 사상이 존재해야 우리 사회의 균 형이 유지되는 것 아닐까’ 등의 고민을 할 수 있었습니다.” 2학기 방과 후 학교 교양 수업으로 수강한 코딩 과 야간 방 과후 특강으로 신청한 C언어를 이용한 아두노이드 기반의 프로그램 작성 수업도 성연씨에겐 특별한 경험이었다. “ 빅데이터, 세상을 이해하는 새로운 방법 이라는 책을 읽고 수학 독후감 쓰기를 했는데, 구글에서 행복을 주제로 검색한 결과 국가별 검색 횟수에서 상위를 차지한 나라가 세계 행복 지수 상위 국가와 거의 일치해 신기했어요. 후속 활동으로 방 과 후 학교 수업으로 개설된 확률과 통계의 활용 을 신청해 재미있게 공부했어요.” “아직 진로 못 정했더라도 불안해하지 마세요” 내신의 울타리에서 벗어나 하고 싶은 공부를 즐겁게 좇다 보니 어느새 교과 평균 등급이 2.0으로 상승해 있었다. 하지만 3학년이 되자 본격적인 입시 고민을 하지 않을 수 없었다. “뚜렷한 진로를 정하고 학교생활을 하 지 않아 솔직히 불안한 마음이 컸어 요. 하지만 수시 원서를 쓸 때 한 학과 만 고집하지 않고 넓은 시각으로 접근 하니 의외로 쉽게 풀리더라고요. 지역 문화재 탐구 활동과 관련해선 사학과 에, 문·이과 융합 학문에 대한 관심은 융합콘텐츠학과에, 문화 해설 봉사를 계기로 동양사상에 관 심을 갖고 과학사와 과학철학사 공부를 한 건 철학과에 맞 춰 지원해볼 만하겠더라고요.” 특히 2학년 활동의 연장선에서 세부 능력 및 특기 사항을 보 완하는 방법으로 수행평가에 공을 들였다. 예를 들어 영어 수 행평가로 수능특강 교재 지문의 주제에 맞춰 영작 활동을 할 땐, 도시 재생 동아리 활동과 연관 깊은 ‘지속 가능한 관광’ 을 주제로 결과물을 제출하는 식이었다. 과학사와 과학철학 시간에 배운 3D 프린팅 기술과 문화재 해설 봉사에 미적분의 수학적 개념까지 어우러진 수학 보고서는 2학년 학생부 세특 에 기록됐다. 법과 정치 수행평가 시간에는 도시 재생 활동 을 하며 접한 젠트리피케이션에서 힌트를 얻어 관련 법안인 ‘상가임대차보호법 개정안’을 조사해 보고서를 작성하기도 했 다. “대학에 들어와 수강한 과학기술의 철학적 이해 나 신융합 관광의 이해 과목은 고등학교 때 제가 진행한 탐구 활동이 나 보고서 주제와 겹치는 부분이 있어 재미있었어요. 관광학 이 저와 잘 맞긴 하지만, 배우고 싶은 게 너무 많아서 도시공 학이나 경영학을 다중 전공하는 것도 고려하고 있어요. 문 화관광경영 수업 시간에 관광 벤처 기업을 조사하는 과제가 있었는데, 그걸 계기로 스타트업 기업에도 관심이 생겼고요.” 나중에 정말 꼭 하고 싶은 일을 찾았 을 때 걸림돌이 되지 않을 정도로 학 과 성적도 잘 유지하는 중이다. 아직 진로를 정하지 못한 후배가 있다면 지 나치게 불안해하지 않아도 된다는 조 언을 해주고 싶다. “종합 전형에 대해 한 가지 진로로 좁 혀 활동을 많이 해야 한다는 편견도 버렸으면 좋겠어요. 고등학생의 입장 에서 관심 있는 공부나 활동을 꾸준히 해놓았다가 나중에 그것들을 잘 엮기 만 하면 돼요. 기왕이면 교과목과 동 떨어진 활동보다는 수업 안에서 시작 한 물음표를 나만의 공부를 통해 느낌 표로 바꾸기 위한 노력을 꾸준히 하라 고 얘기해주고싶어요.”

탐 색