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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페이지 내용 : 34 Weekly Education Magazine #인터뷰 #교육_정책 ISSUE INTERVIEW 올초 정부는 대학 교육 혁신 방안 중 하나로 무전공 선발 확대를 제시했다. 쉽게 말하면 대학 입학 후 전공을 선택하는 제도다. 이 같은 정부 정책에 대학가, 특히 인문대학의 반발이 거세다. 취업에 유리한 응용 학문의 선호도가 갈수록 높아지는 상황에서, 갑작스러운 무전공 선발 확대는 인문대학을 더 위축시키고 인문학의 위기를 심화시킬 수 있다는 우려 때문이다. 서울대 인문대학장 강창우 교수 역시 무전공 선발 확대는 그 취지와 달리 일부 학과로의 쏠림 현상을 심화시킴으로써 기초 학문 분야의 인재 부족과 연구의 질 저하를 초래해 결국 기초 학문의 고사로 이어질 수 있다고 경고한다. 그를 만나 인문학의 위기와 나아갈 길에 대해 이야기를 들어봤다. 취재 정나래 기자 lena@naeil.com 사진 이의종 급격한 무전공 선발 확대 기초 학문 고사 초래할 것 서울대 인문대학장 강창우 교수 Q. 우리 사회에서 ‘인문학의 위기’가 심화되는 원인은? 여러 원인이 있다. 일단 잘못된 교육 정책이 시발점이다. 1980년대 초‘졸업 정원제’의 도입으 로 대학들은 늘어난 정원을 인프라가 덜 필요한 인문 계열에 집중 배정했다. 그 결과 대학 인 문 계열 정원이 두 배 가까이 늘고, 학과도 대폭 신설됐다. 1980년에는 28개에 불과했던 독어 독문학과가 졸업정원제 시행 후 5년 사이에 40개 증가한 것이 대표적인 예다. 이후 1990년대 초,‘대학설립준칙주의’가 도입돼 신설 대학이 난립했다. 또 한 번의 공급 과잉이 발생한 셈이 다. 사회의 수요를 고려하지 않고 정치적 이유로 대학·대학원 졸업자가 과잉 공급됐기에 취 업이 어려웠다. 이를 본 후속 세대는 인문학 연구자의 길을 선호하지 않게 됐고, 인재 확보가 어려워진 우리 인문학은 더 큰 난관에 부딪히는 악순환이 발생했다. 두 번째는 중장기적인 학술 정책의 부재다. 인문학의 위기는 해외에서도 마찬가지다. 20여 년 전부터 인문학의 사회적 효용에 대한 의문이 제기됐다. 경제 성장은 자본주의 시스템을 급 격히 확산시켰고, 사회를 선도하는 이데올로기 또한 바꿔놨다. 전 세계적으로 ‘부 富 ’, 즉 경 제적 가치를 우선하는데 이는 인문학적 지향성과는 궤가 다르다. 물질적인 부의 창출에 사회 가 집중하면서 비물질적 가치를 강조하는 인문학이나 사회과학은 대중의 관심으로부터 멀어 졌다. 특히 우리나라는 경제 성장이 빨랐던 데다 IMF로 인해 고용 불안정성과 성과주의가 더 커졌고, 최근엔 인공지능 등 과학과 기술이 세계를 주도하면서 순수 학문의 자리는 좁아졌다. 학문도 생태계다. 시대에 따라 단기적으로 수요와 공급의 불균형이 나타날 수 있지만 중장기 졸업 정원제졸업 정원보다 30% 많은 학생을 선발하고, 증원된 인원만큼 중도 탈락시키는 제도. 대학 진학 수요가 급증하며 사교육 문제가 불거지자, 입학은 쉽되 졸업은 어렵게 하는 서구의 교육 제도를 본떠 들여왔다. 대학설립준칙주의교지, 교사, 교원, 수익용 기본재산 등 최소 설립 요건을 갖추면 곧바로 대학 설립을 인가하는제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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