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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페이지 내용 : 58 60 Weekly Education Magazine Weekly Education Magazine 시민을 키우는 학교, 기다림이 필요할 때 글 백원석 교사 경기 시흥중학교 최근 교사, 특히 중학교 교사는 바꾸려고 노력하지 않으 면 버틸 수 없는 어려운 현실에 처해 있습니다. 올해 학 교까지 옮겨 공간마저 낯설고 어색합니다. 그래도 낯섦 또한 교사를 성장시키는 것이라 생각하며 이제 즐겨보 려 합니다. 21년 차 교사의 교실, 교사만큼 달라짐을 요 구받는 학교, 새로운 학교 문화에 적응해야 하는 학생들 의 이야기를 나누고 싶습니다. column #우당탕탕_쌤_말싸미 #중학교_교단일기 #백원석_교사 중학교는 지난 몇 년간 공교육에서 가장 많이 바뀐 곳입니다. 빠른 변화에 대한 평가도 엇갈리죠. 21년째 학기중이면 매일 중학생들과 부대끼는 백원석 교사가 지금의 학교와 교실, 학생들의 이야기를 전합니다. 학부모들에겐 그저 낯설고, 불안한 ‘달라진 중학 교’. 교사의 눈을 따라 놓칠 뻔한 우리 아이들의 지금을 함께 지켜봤으 면 합니다._편집자 우당탕탕 쌤 말싸미 ⑦ 2020 비밀 아닌 비밀투표 얼마 전 큰아들이 울그락불그락한 얼굴로 자기 방에서 나왔다. “왜 그래?” “아니, 9시에 줌 Zoom 한다고 해서 들어갔는데 이제 끝났어.” 벽시계는 11시가 다 되어가고 있었다. 단순히 수업이 늦게 끝나서 화가 난 것은 아닌 거 같았지만 더 이상 묻지 않았다. 한소끔 시 간이 흘렀을까 소파에 앉아서 휴대폰을 보고 있는 큰아들에게 아 까 왜 그렇게 화가 잔뜩 났는지 조용히 물었다. 큰아들이 들려준 얘기는 이랬다. 나흘 전 개학날, 담임 선생님께서 ‘8월 31일 자치 시간에 2학기 학급임 원선거를 한다’ 고 하셨어요. 출마할 사람은 개인적으로 신청하라고 했 고요. 그런데 오늘 아침 8시 45분에 메시지가 떴어요. 줌으로 반장 선거 를 실시한다고 9시까지 모두 줌으로 들어오라고요. 놀라서 씻고 윗옷만 갈아입고 컴퓨터를 켰어요. 애들도 갑작스러운 공지라 모이는 데 30분 넘게 걸렸어요. 2명은 아예 참여하지 못했고요. 후보도 그때 알았어요. 사전에 정보가 없었거든요. 후보들의 소견 발표는 시간·내용 다 준비가 덜 된 티가 났고요. 바로 투표가 진행됐는데…. 선택한 후보의 이름을 담임 선생님께 비밀 채팅으로 보내야 했어요! 선생님은 제 선택을 훤히 알 수 있는 상황이잖아요. 찜찜했지만 아무도 이의를 제기하지 않아서 어쩔 수 없이 한 명의 이름을 적어 보냈어요. 자치의 경험도 역량도 없이 어떻게 ‘학교 자치’를 말할까 큰아들의 얘기를 들으며 1학기말에 진행된 교직원협의회 모습이 겹쳐졌다. 우리 학교의 ‘교직원회’ 규정을 정하고, 의장을 선출하기 위한 자리였다. 사전 협의는 옹색한 전달 연수로 대체됐고, 고사리 손의 도움도 절실하게 필요한 학기말에 계단식 구조의 시청각실 로 장소를 잡은 것부터가 처음부터 협의를 염두에 둔 것으로 보이 지 않았다. “경기도 학교 자치 조례에 협의가 가능한 내용이라고 적혀 있는 것과 우리 학교 교직원회의 협의 내용이 다른 이유는 무 엇인가?”라는 유일한 내 질문이 끝나자 곧장 의장 선출을 위한 투 표가 진행됐고, 그 협의회를 진행한 담당 부장교사가 의장으로 선 출됐다. 매우 중요한 일을 몇 사람이 모여서 초안을 만들고, 연중 가장 바쁜 시기에 충분한 검토의 기회도 주어지지 않은 상태에서 급히 진행되는 것이 큰아들의 학급 임원 선거와 흡사했다. 의장 후 보 명단이 적힌 종이에 직접 표기해서 바구니에 넣는 형식으로 진 행돼 비밀이 유지됐다는 것만 달랐을 뿐이다. 경기도교육청은 지난해 11월에 ‘학교 자치 조례’를제정·공표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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