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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페이지 내용 : miznaeil 57 “누가 학교에 건의했나 봐요.” “그럼 모둠별 수행평가는 사라지는 건가요?” 모처럼 가진 학교 엄마들과의 모임. 대체 무슨 소리인가 했더니 얼마 전 학교 앱에 공지된 가정통신문 얘기다. 수행평가 성적표 배부를 알 리며 ‘모둠별 과제형 수행평가를 지양하겠다’는 내용도 있었다. 올해로 수행평가가 시행된 지 20년째다. 최근 수치화된 성적보다 과정 중심으로 학생을 평가한다는 고무적 인 취지로 학교에서 확대되고 있건만, 이 교육 정책에 대한 학부모들의 설왕설래가 끊이지 않는다. 강산이 두 번 변할 만큼 세월이 지났는데 왜 아직도 자리를 잡지 못한 걸까? 또 학부모들이 유독 모둠 과제형 수행 평가에 민감한 이유는 뭘까? “모둠원의 역량이 모두 다른데 언제까지 우리 애가 하드 캐리해야 하나요?” “수업 중 끝내지 못한 모둠 과 제 때문에 학원 수업을 빠지기 일쑤라 속상해요.” “그렇게 모이고선 정작 과제보다 저들끼리 어울려 노느라 바빠 보여요.” 중2 자녀를 둔 엄마로서 이 같은 성토는 십분 이해한다. 개인의 기여도가 반영된다지만, 밤샘하는 어린 아 이를 보는 부모의 마음은 얼마나 안타까울까? 리포터의 아들이 역량 부족한 모둠원일 수 있고, 방과 후 모 둠별 과제 수행에서 어느 누구보다 신나게 노는 아이일 수 있다고 생각하니 더 할 말이 없다. 그렇다면 평가 주체인 교사들의 생각은 어떨까? 취재로 만난 중학교 교사 중 일부는 “모둠 과제형 수행평 가가 확대될수록 채점의 부담감이 있다” “개인과 모둠의 모든 수행단계를 점검하느라, 학생들이 제대로 배 우고 있는지 관찰하기 어려울 때가 있다” “협력 활동과 개별 작업에 따른 평가 기준을 세우기 까다롭다” 등 의 실무적 어려움을 토로한다. 이쯤 되니 모둠 과제형 수행평가는 우리 학교 현장에선 제대로 작동하기 어 려운, ‘애물단지’인 것 같다는 생각도 든다. 한데 아들 학교에서 보낸 ‘모둠별 과제형 수행평가를 지양하겠습 니다’라는 내용의 가정통신문을 두 팔 들어 환영하려니 뭔가 찜찜하다. 얼마 전 기말고사를 치른 아들이 주말에 친구와 농구를 해도 되느냐고 물었다. 언제나 그렇듯 누구와 만나 냐고 물으니 ○○○라고 말하는데 낯선 이름이었다. 과학 교과의 모둠별 수행평가를 준비하며 친해진 친구 란다. 처음 과제를 함께할 때만 해도 농구 얘기만 해 달갑지 않았는데, 친구의 주도로 무사히 평가를 마칠 수 있었다며 흐뭇해한다. 개별보다 모둠 평가를 ‘지향’하는 이유가 바로 여기에 있지 않을까? 타인과 협력하 면서 문제를 해결하고 진지한 의사소통 역량을 우리 아이들이 아주 천천히 익히는 것 말이다. 여기에 새로 운 친구 사귀기는 덤! ‘웃픈’ 가정통신문을 더 이상 받고 싶지 않은 사람이 리포터만은 아니길 바라본다. ‘웃픈’ 가정통신문 글 심정민 리포터 sjm@naeil.com COLUMN 리포터다이어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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