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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페이지 내용 : 28 Weekly Education Magazine COLUMN #시인의_학교 #조향미_교사 “쌤 이 소설 완전 꿀잼이에요!” “완전 꿀잼이에요!” “와, 이 소설 소름 돋아요.” “이런 거 더 해요.” 조잘조잘 말이 많은 2반 아이들의 반응이다. 최은영의 단편소설 고백 수업을 방금 마쳤다. 공부에 집중을 잘 못하는 기원이도 안 졸고 집중해서 잘 들었다. 처음엔 각자 전문을 읽고 나서 질문을 쓰라고 했다. 종이로 받아보려다 친구들 이야기도 듣는 것이 좋겠다 싶어 국어 단톡방을 열었다. 줄줄이 올라오는 질문 을 보고, 얘들이 작품을 읽은 거야 만 거야 한숨이 나왔다. 세세하게 의미 파 악이 안 된 것을 발견하고 안 되겠다, 강독 수업을 해야겠구나 싶었다. 컴퓨터 화면으로 전문을 띄워서 중요한 대목을 크게 확대시켜 소설의 맥락과 인물의 행동과 대화에 드러난 심리를 분석하며 두 시간 수업을 끝낸 것이다. ‘소울 메이트’라고 할 만큼 친한 세 명의 여고 생 이야기다. 직설적이고 조금 거칠게 행동 하는 주나, 조용히 자기 안으로 침잠하기를 좋아하는 진희, 그 가운데 글쓰기를 좋아하 는 미주가 있다. 미주는 진희를 둥글고 부 드러운 진주 같다고 느끼며 같이 책을 읽고 마음을 나눈다. 주나도 진희 앞에서는 말을 삼가며 진희를 아낀다. 진희는 누구에게도 해를 끼치지 않는 ‘무해한 사람’이다 그런데 진희가 생일날 뜻밖의 고백을 한 다. “너희들은 이해해줄 거라고, 이런 말 못 할 거라고 생각했는데…”라며 꺼낸 말은 자 신이 레즈비언이라는 것이다. 주나는 우웩, 토하는 시늉을 하고 웃으며 장난치지 말라 고 한다. 진희는 장난 아니라고, 이게 나라 고 작은 목소리로 말하고. 미주는 아무 말 도 못하고 빤히 쳐다보기만 한다. 미주에게 너도 말 좀 해보라고 다그치던 주나는 ‘역겹 다’라는 말을 남기고 먼저 자리를 떠난다. 미 주는 진희가 ‘그런 사람들’일 리가 없다고 생 각하며, 왠지 같이 집에 가는 것이 꺼려져서 평소처럼 같이 버스를 타지 않는다. 진희는 혼자 걸어간다. 그 등에 대고 미주는 “생일 축하해.” “내일 보자.” 소리친다. 그러나 진희 에게 내일은 없었다. 그날로 스스로 삶을 마 시인의 학교 ② 우리 안의 차별과 혐오 모난 조각에서 동그라미로 부산 만덕고 조향미 교사는 소설책도 안 읽는 ‘고딩들’이 소 설을 쓸 수 있게 하는 분입니다. 만덕고 학생들이 문학 수 업에서 자신의 이야기로 쓴 소설을 엮어낸 작전명 진돗개 는 그 렇게 탄생한 책이었죠. 부모는 모르는 요즘 10대들의 생각과 고민 을 ‘시인의 눈으로 본 학교’를 통해 생생하게 전합니다. 마음 한켠 ‘작은 불꽃’을 안고 있는 우리 학생들을 따뜻하게 보듬는 시인 교 사의 시선을 따라가 보시죠._편집자 글 조향미 교사 부산 만덕고등학교 학생들이 책 읽기를 좋아하고, 자유로이 글을 쓸 수 있는 어른으로 성장하면 좋겠습 니다. 언제든 스스로 배울 수 있는 사람, 더불어 사는 주체적 사람이 될 수 있으니까 요. 어릴 적부터 문학을 좋아해 시를 쓰는 사람이 되었고, 아이들과 배우고 가르치 며 평생을 보낼 수 있었던 것을 생의 가장 큰 축복으로 여기고 있습니다. 그 나무가 나에게 팔을 벌렸다 봄 꿈 등의 시집과 시인의 교실 우리의 문학수업 작전명 진돗개 산문집을펴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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