메뉴 건너뛰기
로고
책갈피 추가
페이지

2페이지 내용 : miznaeil 61 시선을 굉장히 의식하고 살았다. 예의를 떠 나 지금은 내 생각과 입장을 솔직하게 얘기 할 수 있음에 감사한다. 신경 쓰지 마, 넌 너야! 유학을 와서 영어 이름이 없어 주변 친구들 이나 선생님이 많이 힘들어했다. 한 번은 학 교 안내방송에서 어떤 사람을 계속 찾았는 데, 알고 보니 내 이름을 어떻게 발음해야 하 는지 몰라 일어난 일이었다. 그 이야기를 들 은 제이크는 웃으면서 영어 이름을 만들 것 을 권유하며 필립이라는 이름을 붙여줬다. 제이크와의 인연은 학교가 아닌 방과 후 전 철역으로 향하는 길에서 시작됐다. 어느 날 처럼 집으로 향하는 길에 멋진 정장을 입은 채 자전거를 탄 청년이 나를 보고 반갑게 인 사했다. 한두 마디 나누다 보니 같은 학교 학 생임을 알았고, 공립학교로 전학을 와서 친 구가 없었던 터라 먼저 말을 걸어준 이 친구 가 너무 고마웠다. 시간이 지날수록 범상치 않은 그들의 복장 이 눈에 들어왔다. 왜 항상 정장을 입느냐 고 물으니 자신이 몰몬교 신자라며 종교적 인 이유라고 말했다. 생전 처음 들어본 종교 라 순간 겁이 났지만 소수가 믿는 종교임에 도 자신의 신념을 지키는 모습이 인상적이 었다. “이 문제의 답이 왜 1이야?” “글쎄, 나도 몰라” 지겨운 SAT 공부를 마치고 대학 입학 원서를 썼는데 내가 다닌 학교 한 군데에서만 입학 허가를 받았다. 재수가 싫어 울며 겨자 먹기 로 들어갔기에 마냥 좋지는 않았다. 마음을 다잡았지만 대학 발표가 나고 연필을 내려놓 은 지 8개월이 넘었던 터라 쉽지 않았다. 그때 같은 수업을 듣는 친구들과 만든 스터 디 그룹에서 많은 도움을 받았다. 시험 때가 되면 친구들의 공부 스타일이 드러났는데, 내 입으로 말하기 쑥스럽지만 그룹 중 내가 가장 똑똑하다는 사실도 알게 됐다. 어느 순간 친구들의 숙제와 시험 공부를 도와주고 질문 에 대답하는 입장이 됐는데, 가끔 친구들은 내 대답에 미심쩍어했다. 그들 은 내가 구한 답의 이유를 듣고 싶어했는데 나는 그 이유를 매번 시원하게 설명할 수 없었기 때문이다. 한 번은 노아라는 친구가 “필립, 너랑 숙제할 때면 답이 빨리 나와 좋긴 한 데 이유는 몰라서 답답하다”고 한 적이 있다. 그때는 답을 알거나 외우고 있 으면 원리는 나중에 자연스레 이해하게 될 거라 생각했다. 그러나 입학 2년 만에 생각이 바뀌었다. 배우는 내용의 난도가 높아지고 양이 많아지면서 이해를 하고 넘어가야 공부가 더 효율적임을 깨달았다. 이러한 방법을 어 렸을 때부터 기른 노아는 나보다 더 빠르게 이해하기 시작했고, 나중에는 내가 이 친구의 도움을 받곤 했다. 미국 유학이 끝나고 그리웠던 한국에 온 지 2주 정도 됐다. 막상 돌아오니 어색함이 맴돈다. 7년이라는 긴 유학 기간 때문인지 한국의 사회적 변화뿐 아니라 ‘존버’나 ‘갑분싸’ 등의 줄임말에 문화 충격을 받고 있다. 이제 한국에 서 적응기를 겪는 중이다. 1 몰몬교 친구 제이크와 함께 애리조나에 있는 캐멀백 마운틴에 올랐다. 정상에서 쉬면서 찍은 사진이다. 이때 처음으로 정장을 입지 않은 친구의 모습을 봤다. 2 몰몬교는 보통 2인 1조로 자전거를 타고 돌아다닌다. 보통은 각각 분리된 자전거를 이용하는데 가끔은 결합한 자전거도 만난다. 3 왼쪽에서 두 번째 친구가 노아이다. 고등학교 때부터 우수한 학생이었던 노아는 대학도 높은 성적으로 졸업했다. 4 생각하기도 싫은 맛을 냈던 멕시코 음식, 콘수프. 다음에 친구 집에 방문했을 때 친구의 어머니는 내가 싫어하는 것을 알고 권하지 않으셨다. 3 1 24

페이지
책갈피 추가

탐 색