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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페이지 내용 : miznaeil 61 동병상련으로 이어진 우정은 서로를 알아가며 새로운 문화를 발견하는 기 쁨으로 탈바꿈한다. 대화를 통해 문화를 엿볼 수 있듯이 우리는 모두 자국 을 대표하는 외교관이 된다. 나 또한 유학을 와서야 한국을 더 객관적으로 볼 수 있었다. 다양한 문화권의 사람을 만나며 얻은 생생한 이야기는 유학 생활의 큰 자산이다. 유학을 하며 배운 것은 세계 각국의 언어로 ‘건배’를 외치는 법이라고 해도 우스갯소리는 아니다. 프랑스에 살며 프랑스인처럼 된다기보다는, 세계인으로서 성장한다고 생각한다. 프랑스에서는 어떻게 나이에 개의치 않고 친구를 사귈 수 있을까? 프랑스 어에도 분명히 ‘Vous’라는 상대방을 칭하는 존댓말이 있다. 하지만 존댓말 을 쓸 때 ‘나는’이 ‘저는’으로 바뀌는 한국과 달리 화자에 따라 자신의 상대 적 위치가 달라지지 않는다. 한국은 남을 존중하기 위해 나를 낮추지만, 프 랑스는 상대를 존중하는 언어를 써도 나는 언제나 Je, ‘나’로 머문다. 한국 사회는 대화 속에 상대방과 나의 수직관계를 끊임없이 드러내지만 프랑스 에서는 나를 낮추지 않고서도 타인을 존중할 수 있다. 그래서 프랑스 친구 들과 얘기할 때 더 자유롭다고 느낀다. 나이나 친한 정도에 따라 존댓말을 쓰는 사회가 아니기 때문에 모든 대화는 평등을 기반으로 시작한다. 진정 한 존중은 그런 사회에서 이루어지는 것 아닐까. 1 Justin과 그의 친구 Lena. 수업이 끝난 뒤 가벼운 이야기부터 진지한 이야기까지 대화가 오가는 파리의 저녁. 2 2년 전 친구들과 함께 떠난 암스테르담. 우정 여행으로 유럽을 다닐 수 있다는 점 또한 프랑스 유학의 장점이다. 3 동기들과 함께한 외국인 학생 등록금 인상 반대 시위. 대학생활을 하며 동지애로 맺어진 우정이 많았다. 4 거리의 화가가 그려준 나와 프랑스 친구 초상화. 2 3 1 태어나고 자란 환경이 전혀 다른 우리가 친 해질 수 있었던 계기는 역설적이게도 유년 시절의 공유였다. 그가 어릴 적 다녔던 학교 와 동네를 그와 함께 둘러보며 들었던 얘기 는 나만큼이나 괴짜였을 프랑스 소년을 상 상하게 했다. 나 또한 고등학생 시절 찍은 사진을 보여주 며 12시간 넘도록 학교에 있었던 나날을 묘 사했다. 어렸을 때 아버지가 보여준 미야자 키 하야오의 애니메이션이 얼마나 굉장했는 지를 밤새워 이야기하고, 1960년대 록 음악 에 대한 열정을 공유했다. 인터넷의 특혜를 입은 세대답게 지금의 자아를 완성한 것은 세계를 아우르는 대중문화의 힘이었다. 자 라온 환경이 다르더라도 닮음을 찾아나가는 과정이 우리를 친구로 만들어준 것이다. 서로 다르기에 더 진했던 우정 인종의 용광로와도 같은 파리이기에 같은 처 지에 있는 각국의 이방인들과 우정을 쌓을 기회가 많았다. 어학원에서 만난 일본인 히 피 커플, 에콰도르 출신의 인자한 아주머니, 철학과에서 만난 수다쟁이 스페인 청년 등 프랑스 속의 ‘주변인’일 수밖에 없는 사람들 이 가진 고충은 비슷하다. 그래서 이방인 사 이에는 묘한 동질감이 흐른다. 내가 처음 프랑스에 왔을 때 만났던 사회는 모로코인 전 남자친구를 통해 알게 된 아랍 계 이방인들이었다. 잇따른 테러로 아랍인 에 대한 팽팽한 긴장감이 감도는 프랑스 사 회답게 그들이 겪는 차별과 고충은 상상을 초월했다. 조금이라도 수상한 기색이 보이 면 수색을 당하거나 연행됐다. 동양인인 내 가 그들의 어려움을 완벽히 이해할 수는 없 지만, ‘나를 원하지 않는 나라’에서의 삶이 얼마나 각박하고 영혼을 갉아먹는지 공감할 수 있었다.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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