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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페이지 내용 : naeiledu 31 학생부 곳곳에 드러난 리더십, 책임감, 배려심, 봉사 연주씨의 학생부와 자기소개서에서 눈에 띄는 단어는 리더 십, 책임감, 봉사다. 언제부턴가 ‘총대’를 메는 것을 좋아했고, 남들이 꺼리는 일을 스스럼없이 하기 시작했다. 막연하게 공 공의 이익을 도모하고 싶다는 생각이 강했다. “처음에는 경찰, 사회복지사를 꿈꿨는데, 고교 3년간 학급 임 원, 학생 자치 활동을 하면서 리더의 현명함과 바른 생각이 공동체를 어떻게 변화시킬 수 있는지를 경험했어요. 경찰이 나 사회복지사는 주어진 일을 통해 공공의 이익을 위해 앞장 선다면, 사회 복지 정책 연구가는 사각지대에 있는 사람들을 보호하는 정책을 계획하고 실현되도록 환경을 조성하는 일을 하더라고요. 제가 하고 싶은 일은 후자에 가까웠어요. 사회 복지 정책 연구가가 되려면 사회, 경제, 정치 여러 분야에서 행정이 어떻게 돌아가는지 학문적으로 접근할 필요가 있다고 생각해 행정학과를 지원했지요.” 공공의 이익을 위한 일을 하고 싶다는 연주씨에게 특별한 이 유는 없다. 임원 활동을 하며 남들이 꺼리는 일을 먼저 하게 됐고, 학급 친구들이 필요한 일이 무엇인지 고민하고 찾아 행 동하면서 그 속에서 행복을 느꼈다. 처음엔 봉사 시간을 채우 기 위해 급급했던 활동이 고3 수험 생활에도 빠지지 않았고, 고교 생활의 일부가 됐다. “한 번은 선생님이 너무 친구들만 배려하지 말고 조금 이기 적이어도 괜찮을 것 같다는 말씀을 하신 적이 있어요. 남들은 수행평가나 공부에 집중할 때 학급, 학교 일에 정신이 없는 저를 보며 엄마도 한마디하셨죠. 당장은 손해 보는 것 같지만 그때 그런 활동들이 성장의 힘이 됐고, 지금의 제 자신이 될 수 있었다고 말씀드렸지요.” 수업으로 연결된 봉사 활동 경험 고1 때는 도서관 도서 정리, 경찰서 순찰 활동 등의 봉사 활 동을 했다. 솔직히 봉사 시간을 받기 위한 목적이 컸다. 그러 던 중 고23 때 자율동아리 ‘예그리나’ 활동을 통해 매달 정 기적으로 요양원과 장애인 복지 시설을 찾았다. 학교 시험 기간이면 친구들은 학교 활동과 학교 공부를 챙겨야 하는 부 담감에 봉사 활동을 거르기도 했지만 연주씨는 한 달에 한 번 만나는 그분들과의 약속을 지키고 싶어 고3 때까지 꾸준히 참여했다. “중학교 때는 또래 친구를 만나는 보육원을 찾았다면 고등학 생이 돼서는 5060대의 어르신들, 몸이 불편한 분들을 많이 만났어요. 나이대가 다르니 처음에는 다가가기도 어려웠고, 그들도 쉽게 마음을 열지 않았어요. 한 번 보고 말 것 같은 사 람에게 굳이 마음을 열고 싶지 않으셨던 거죠. 제가 세 번쯤 방문했을 때 서서히 마음을 열어주시더라고요. 보통은 몸이 건강한 우리가 장애인들보다 뛰어나다고 생각하는데, 봉사 활동을 하며 그렇지만은 않다는 걸 깨달았어요. 가위질이 서 툰 저를 대신해 깔끔하게 가위질을 해주시는 분을 보며 몸이 불편한 대신 다른 재능 한 가지씩은 가지고 있다는 걸 알았 죠. 장애인에 대한 의식 개선이 필요하다고 생각했어요.” 연주씨의 봉사 활동 경험은 진로와 관련된 다양한 주제 발 표에 좋은 소재가 됐다. 화법과 작문 ‘다양한 관점으로 문 학 바라보기’ 활동에서 ‘구복여행’ 얘기를 하며 평소 주인공 처럼 남을 도우며 행복해지는 감정을 느낀 경험을 발표해 호응을 받았고, 관심 분야와 관련된 수학 문제를 만들어 발 표하는 수학연습 시간에는 노인 복지 시설 현황, 노년층의 고독사 실태와 심각성을 통계와 그래프로 설명한 뒤 그룹 리빙이나 컬렉티브 하우스라는 협업 주택을 제안했다. 컬렉 티브 하우스는 노년층이 모여 살며 외로움을 달래는 일본의 새로운 주거 형태다. 또한 조건부 확률 문제를 만들어 사회 문제를 수학적으로 접근했다. 심화영어독해 시간에는 장 애인에 대한 지문을 토대로 학교생활 시 장애 학생의 어려 운 점, 장애아동이 정상적인 학교 교육을 받아야 하는 이유, 비장애 학생과 장애 학생이 더불어 살아가는 사회를 만들기 위해서는 편견을 없애는 장애인 인식 개선 교육이 필요함을 강조했다. “독거 노인과 중증 장애인의 고독사에 관심을 가지면서 각 가 정에 화재, 가스 감지 센서, 활동 감지 센서 등의 설치가 필요 하다고 제안했어요. 그들에게 이상 행동이 포착되면 바로 소 방서나 지역 센터로 전달되는 시스템이에요. 정책적으로 이 런 시스템이 자리를 잡는다면, 증가하는 고독사 문제를 해결 하는 데 도움이 될 거라생각해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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3페이지 내용 : 32 Weekly Education Magazine 사탐 과목에서 사회 문제를 다양한 각도로 접근 “ 생활과 윤리 시간에 다수를 위한 소수의 희생은 정당한 가? 라는 책을 읽고 올바른 정의를 위해 개인의 선과 공동 의 선이 어떻게 조화를 이뤄야 하는지 발표한 적 있어요. 그 때 1835년 11월 배에 표류한 선원 18명의 얘기를 예로 들었지 요. 13일이 지나도록 구조를 받지 못하자 선장은 누군가 자신 의 생명을 바치면 남은 사람을 모두 살릴 수 있다며 제비뽑기 를 제안해요. 근데 과연 다수를 위한 소수의 희생 강요가 옳 을까요?” 연주씨는 현대 사회에서 다수를 위한 소수의 희생을 당연시 하는 사회 구조는 문제라고 말했다. 우리는 다수결의 논리에 익숙해 소수의 희생을 당연하게 여기지만, 그것이 정말 다수 의 이익인지 그리고 다수가 조금 불편하더라도 소수를 포용 해 앞으로 천천히 나아갈 방법은 없는지 고민해야 한다고 강 조했다. 법과 정치 시간에는 어릴 적 재미있게 읽었던 전래 동화 선녀와 나무꾼 콩쥐 팥쥐 신데렐라 에서 절도죄, 아동학대 등 기본권 침해 사례와 미디어 속의 현대 사회 문제 점을 발표해 높은 호응을 받았다. “사회 문제, 복지 정책에 관심을 두다 보니 사회·문화 법 과 정치 과목을 정말 좋아했어요. 사탐 과목들은 그간 무심 히 지나쳤던 주제에 대해 생각할 거리를 던져주거든요. 특히 사회·문화 는 현재 사회에서 개념이 어떻게 활용되는지를 보여줘 좋아했 던 과목이에요. 한창 논쟁거리가 됐던 보편적 복지와 선별적 복지에 대해서 도 생각해보는 시간을 줬어요. 전 보 편적 복지도 좋지만, 아직까진 더 도 움이 필요한 이들에게 집중적인 혜택 을 줘야 한다고 생각해요.” 누군가에게 필요한 사람으로 성장한다는 기쁨 연주씨는 고교 생활 중 의미 있었던 활동으로 사회적 협동조합 동아리와 자치법정 동아리를 꼽는다. 자치법정 동아리에서 검사장을 맡은 연주씨는 자주 지각하거나 수업 시간에 잠을 자 서 자치법정에 서게 된 친구를 대변했다. 분명 친구의 행동은 문제였지만 직장에 다니는 부모님을 대신해 어린 동생의 유 치원 등교를 책임져야 했다는 얘기를 듣고 그 친구의 행동을 탓하기보다는 힘들었을 친구의 상황을 이해했다. “우리는 과정보다는 결과를 중심으로 판단하는 경우가 많아 요. 물론 결과는 달라질 수 없지만 자치법정 활동을 하면서 그 사람이 처한 환경, 동기 등을 같이 살펴야 한다는 걸 알았 죠. 사회적 협동조합 형태로 운영되는 학교 매점의 운영이사 로 활동하면서 학생과 학부모의 의견을 반영해 매점에서 판 매할 물건을 결정하고 남은 수익금으로 우산을 비치해 비 오 는 날 학생들이 활용할 수 있게 했어요. 하얀색 교복 블라우 스가 생활하기 불편하다는 의견이 많아 설문조사를 통해 학 생들이 원하는 색깔과 재질의 생활복 상의 제작을 추진해 높 은 호응을 얻기도 했죠.” 연주씨와 얘기를 나누다 보니 그렇게 당당하고 자신감이 넘 치는 이유를 알 수 있었다. 그의 리더십이 학급이나 학교의 정책을 바꾸었던 경험, 꾸준한 봉사 활동으로 누군가에게 도 움과 힘이 되어준 경험들이 연주씨를 단단하게 성장시킨 원 동력이었던 셈이다. 수시 원서를 쓸 때도 면접이 있는 전형 중심으로 지원한 이유를 알 수 있을 것 같았다. “다른 활동을 하지 않고 공부만 했다면 학교 성적이 조금 더 좋았을지는 몰라요. 하지만 지금처 럼 성장할 수는 없었을 거예요. 숙 명여대 행정학과는 행정학 관련 기 본 이론뿐 아니라 다양한 사례의 문 제점을 개선하기 위한 정책을 모색 하고, 캡스톤 디자인 수업을 함께해 요. 장애인이나 소수자의 사회 참가 를 방해하는 물리적, 심리적, 법적 장 벽을 제거하는 ‘베어프리’에 앞장서는 대학이라는 점도 끌렸지요. 원하는 대학에 들어왔으니 열심히 공부해서 진짜 도움이 필요한 이들에게 꼭 필 요한 정책을 만들어 제공하고 싶어 요. 더 나은 사회를 만드는 데 일조할 수 있는 사람이 되도록 열심히 노력 할거예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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