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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페이지 내용 : naeiledu 31 기업 윤리와 사회 약자를 향한 시선 경제에 대한 관심이 법으로 확장된 것은 1학년 때 활동한 모 의국회의 영향이 컸다. 인턴 직원들에게 고강도의 노동을 수행하게 했는데도 불구하고 정규직 전환에서 전원 탈락시 켰다가 논란이 불거지자 합격 처리한 사건을 접하며 노동자 의 권익 보장을 생각해보게 됐다. 모의국회에서 근로기준법 개정을 건의한 계기였다. “조원들과 함께 법률안 전문을 살펴보면서 기업이 윤리적 책임을 다하지 못해 파문을 일으킨 사건들과 법 조항을 연 결해봤어요. 산업재해를 입은 노동자에 대한 보상 기준이 학생인 우리의 눈에도 불합리해 보이는 게 많더라고요. 평 생 장애로 남거나 다시 일하는 데 무리가 될 정도의 산업재 해에도 1천 일 정도의 급여만 지급하고 추가 조치를 취하지 않아도 됐으니까요. 최소한 장애 치료나 재활을 지원할 수 있도록 법 개정의 필요성을 느껴 사용자의 중대 과실로 산 업재해를 입은 노동자에게 일정 금액만 보상하면 모든 책임 을 면하게 하는 조항 개정을 건의했죠. 법을 비판적으로 바 라볼 필요성을 느낀 경험이었어요.” 기업의 윤리와 소득 재분배 문제에 대한 지윤씨의 시선은 교과 수업의 연결과 확장을 통해 깊이를 더해갔다. 2학년 경제 수업에서 세율 적용 방식에 따른 조세 분류를 배우 며 기업의 조세 포탈이 심각한 사회 문제로 떠오른 배경이 무엇인지 궁금해졌다. “관련 기사를 스크랩하면서 3학년 때 기업의 역외 탈세를 주제로 TED 방송을 제작해봤어요. 국내와 해외의 법인세를 비교해보니 경제 강대국들은 기업의 투자 유치를 위해 법인 세를 인하하는 추세지만, 우리나라는 높은 법인세를 고수 하고 있더라고요. 그러나 법인세 인하는 기업의 윤리경영을 근거로 하기에 세계의 흐름에 맞는 조세 정책을 펼치는 것 도 중요하지만, 기업의 높은 윤리의식이 뒷받침되어야 한다 는 것을 느꼈어요.” 3학년 생활과 윤리 수업에서 윤리적 소비를 접하며 이는 개인이 사회적 약자에게 제공할 수 있는 또 하나의 복지라 는 생각이 들었다. “친구들은 윤리적 소비의 가치에는 공감하면서도 실제 사 회에 미치는 영향력에 대해선 회의적인 시각이 많더라고요. 이 문제의식을 3학년 논술 수업으로 이어갔어요. ‘청소년 의 윤리적 소비 인식과 사회적 기업 소개’를 주제로 친구들 을 인터뷰하고 설문조사를 진행했는데, 학생들이 윤리적 소 비를 실천하지 않는 이유는 소비가 기부로 연결되는 과정이 불투명하다고 생각하기 때문이었어요. 기부 내역과 영업 이 익 대비 기부액 공개를 통해 이를 해결할 수 있다고 생각했 는데, 사회적 가치 실현뿐 아니라 소비자에게 신뢰를 줄 수 있는 사회적 기업 경영에 관심이 가더라고요.” 3D 프린팅 의수 기부, 기업가 정신 프로그램에서 배운 것 경제에 대한 관심이 법과 함께 사회적 기업으로 확장되면서 2학년 때 학교에서 열린 ‘3D 프린팅 의수 제작과 기부 프로 그램’에 참여했다. 3D 프린팅 전자의수 전문가와 함께 실제 의수를 제작해보고 기부까지 이어가는 과정은 새로운 경험 이었다. 그에 앞서 코딩 교육 특강에도 참여해 알고리즘에 대한 기본 지식도 배웠다. “요즘 초등학생들은 코딩을 기본으로 배운다는데, 제 또래 는 한 번도 그런 교육을 받아본 적이 없었거든요. 시대 흐름 에 뒤처지지 않으려면 접해볼 필요가 있겠더라고요. 하하. 상경 계열에만 국한되지 않도록 과학기술 분야를 접해보고 중학교 도덕 시간에 ‘비례세와 누진세 중 어느 쪽이 공평할까’를 주제로 토론하며 딱딱할 것만 같은 세금 문제에 흥미가 생겼다. 친구들은 대부분 소득 수준에 관계없이 누구나 같은 비율로 징수되는 세금이 공평하다고 생각했지만, 소득 재분배의 역할을 위해 소득이 커질수록 높은 세율을 적용하는 누진세가 더 공평하게 느껴졌다. 고등학교에 진학하면서 다양한 교과 수업과 진로 활동을 통해 법과 경제, 경영 분야를 두루 배우며 탐구할수록 국가의 세금 정책과 사회적 기업에 대한 관심이 커졌다. 경제·사회적 이슈를 세금 문제의 관점에서 꾸준히 들여다보면서 세무학 전공은 자연스러운 선택지가 됐다. 기업의 부조리를 파헤쳐 조세 정의를 실현하고, 사회적 약자를 돕는 데 세무학이 기여할 수 있다고 믿는 열혈 청년, 서울시립대 세무학과 1학년 이지윤씨다. 취재 정애선 기자 asjung@naeil.com 사진이의종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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3페이지 내용 : 32 Weekly Education Magazine 싶은 욕심도 있었고요. 실제 의수를 제작하기까지 과정은 좀 어렵긴 했 어요. 여러 부품을 만들어 연결해야 하고, 팔에 직접 끼워야 하니 마감 부 분도 거칠면 안 되거든요. 거미줄 같 은 지저분한 실이 만들어지지 않도 록 리트랙션을 비롯해 온도, 출력 속 도 등 조건을 다르게 해 성공적인 출 력물이 나올 때까지 계속 시도하면 서 조정해갔어요. 희망 전공이 다양 한 학생들이 모인 만큼 제작 과정에 서 시너지를 낼 수 있었어요. 기술적 으로 막히면 이공 계열 희망 친구들 이 다시 차분하게 이끌어주고, 부품 을 연결하는 과정이나 협업하는 부 분에선 인문 계열 희망 친구들이 강 점을 발휘하더라고요.” 경제·경영 분야 독서와 사회 이슈 탐구 자율동아리 활동에 서 쌓은 지식을 적용하며 구체화해보고 싶은 생각에 3학년 때는 기업가 정신 프로그램에 참여했다. 가방을 제작하는 기업의 입장에서 청소년들이 겪는 생활 속 어려움을 해결할 수 있는 시제품 구상을 과제로 받았다. “조원들과 얘기하는 과정에서 저소득층 학생들이 과제 수 행 시 겪을 수 있는 컴퓨터 사용의 어려움을 해결하는 사회 적 기업을 세워보기로 했어요. 한데 이걸 가방과 연결하려 니 아이디어가 잘 안 나오더라고요. 이 학생들을 가방을 통 해 직접적으로 돕는다는 틀을 벗어나 가방 판매에 따른 수 익금을 학생들의 컴퓨터 기기 지원에 기부하는 쪽으로 방향 을 틀어보기로 했어요. IT 기업과의 협력을 통한 가방 제작 으로 기획하되 기부금에 제한이 없는 크라우드 펀딩의 특징 을 이용한 후원으로 구상했고요. 모의 투자자로부터 참신하 다는 호응을 받았는데, 사회적 약자들이 겪는 어려움을 해 결하기 위한 창의적 아이디어를 고민해본 경험이었어요.” 경제·경영·법, 세 가지 키워드를 잇다 서울시립대는 입학처 홈페이지에 학생부 종합 전형을 위한 모집 단위별 인재상을 명시하고 있 다. ‘통합적 사고 능력을 바탕으로 한 융합 학문에 대한 이해를 통해 새로 운 가치 창출을 추구하는 학생’ ‘높은 윤리의식을 바탕으로 지속적인 발전 과 혁신을 추구하는 리더십이 있는 학생’이라는 인재상에 비춰보면 지윤 씨의 고교 생활은 여러 면에서 연결 고리가 많았다. 실제 자기소개서를 작성할 때도 이를 고려했다고. “고교 3년 동안 경제와 경영, 법 세 분야를 두루 탐구하고 참여하면서 재미를 많이 느꼈어요. 실제 세무학 과 밀접하게 연관된 분야이기도 하 고, 학과 인재상에 ‘융합’이라는 키워 드가 제시되어 있어서 자기소개서 를 쓸 때도 이 분야와 관련된 경험과 생각을 연결하려고 노 력했어요. 조세 정의를 실현하기 위한 세무공무원과 사회적 약자를 돕는 사회적 기업 경영인이라는 두 축의 진로를 고 민하기까지 바탕이 된 수업과 학교 활동에서 느낀 점을 녹 여내는 데 중점을 두기도 했고요. 1단계 서류 평가를 통과 하고 면접을 보러 갔는데, 순서가 1조 1번이더라고요. 하하. 얼마나 긴장을 했는지 몰라요. 면접 질문은 학생부 기록에 서 많이 나온 것 같아요. 세무학에 특화된 학과이다 보니 질 문도 그만큼 세밀했는데, 고3 때 조사했던 역외탈세에 대해 얘기해보라거나, 롤모델로 삼는 사회적 기업이 있는지, 어 떤 사회적 가치를 실현하는 기업을 만들고 싶은지 등의 질 문이 기억나요. 수업 때마다 제가 관심 있게 다뤘던 주제 중 하나가 노인과 청년이 상생할 수 있는 사회였거든요. 폐지 를 수거하는 어르신들의 노동 환경과 처우 개선을 위해 폐 지를 10배 가격으로 구매해 캔버스를 만들고, 젊은 예술가 들이 재능기부로 그림을 그려 업사이클링 제품을 만든 뒤 이 판매 수익을 다시 폐지 수거 어르신들께 기부하는 사회 적 기업의 사례를 예로 들었죠.” 학생들에겐 자칫 고루하게 느껴질지 모를 세무학의 재발견. 지윤씨와의 인터뷰 끝에 떠오른생각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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