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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페이지 내용 : naeiledu 55 아들아, 너는 계획이 다 있구나 겨울방학 전, 학교에서 학생부에 진로 희망 사항을 올려야 하니 이틀 후까지 장래 희망과 희망 이유를 적어 오라는 안내문을 받았어요. 되고 싶은 게 없는데 뭘 써야 하느냐며 머리 를 쥐어뜯는 아들을 보니 어찌나 속이 타던지. 그 와중에 또 엄마가 뭘 권하면 화만 내는 거예요. 왜 자신의 진로를 엄마가 결정하냐며 목에 핏대를 세우는 모습에 어이가 없어 저 도 그만 입을 다물었지요. 제출 당일 아침, 아이를 깨우러 방에 들어가보니 세상에! ‘수의 사’라는 멋진 꿈을 적어놨더군요. 장하고 예뻐서 엉덩이를 토닥여주며 “오구오구장한 내 새끼! 그래, 네가 어릴 적부터 동물을 사랑하는 따스한 심성의 소유자라는 걸 엄마는 진 즉 알아봤어! 서울에 수의대가 서울대랑 건국대가 있다던가? 이제 우리 아들 열 심히 공부할 일만 남았네!” 기분 좋게 아이를 보내고 청소를 하고 있는데 핸드폰 이 울립니다. 어? 교무실 번호 같은데, 무슨 일이지? “XX어머니? 안녕하세요, 담 임입니다. XX가 오늘 제출한 장래 희망 때문에 확인 차 전화 드렸는데요, XX이 꿈이 ‘조련사’가 맞나요?” “….” “여보세요, 어머니? 듣고 계시죠?” 전 언니처럼 살기 싫어요중학생 딸아이가 2학년 2학기 기말고사 한문 정기고사에서 2점을 받았습니 다. 거짓말 아니냐고요? 그랬으면 좋겠네요. “너 이리와! 뭐, 2점? 한 번호로 만 다 찍어도 이거보다는 높겠다!” 답변이 더 가관입니다. “엄마, 진짜 공부해 보려고 했는데 교과서를 펴니까 아는 글자가 없더라고요! 진짜 시작하면 끝 이 안 날 거 같아서 무서워서 책을 덮었어요.” 한자가 이 모양이라 다른 과목도 엉망인가 싶어 근처 학원을 수소문했죠. 최소 2명은 돼 야 수업을 개설해준다는데, 도저히 수준이 비슷한 친구를 구할 수가 없어 하는 수 없이 초등생 작은애랑 묶어 보냈어요. 일주일 뒤, 학원에서 걸려온 전화 한 통. 숙제도 한 번 을 안 해오고 수업 시간 태도도 너무 불량해 큰아이를 그만 보내라더군요. 더 가관은 작 은아이는 기어코 한문 학원을 다니겠다고 떼를 쓰는 겁니다. 1명은 안된다고, 언니가 못 가서 너도 수업이 불가능하다 했더니 이 초등학교 5학년 꼬마가 하는 말, “엄마, 전 진짜 언니처럼 되기 싫어요, 엉엉.” 하… 저도 같이 울고 싶네요. 차라리 꿈이었으면. 2점짜리 시험지를 받아보 니 사람이 너무 놀라면 화도 안 난다는 사실을 깨달았다는 제보자. “분명 이렇게 예쁘게 ‘수의사’를 적어가지 않았니, 아들아?”라는 완곡한 물음에 대한 자녀의 답을 아직도 듣지 못했다는 후일담이있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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