메뉴 건너뛰기
로고
책갈피 추가
페이지

2페이지 내용 : naeiledu 39 사랑하지만, 상처 입는 소통의 단절 학생들은 자신들의 부모에 대해 솔직하게 털어놓았다. 자기가 시현이 같다는 아이들은 부모의 강제가 매우 싫다고 했다. 모든 것을 마음대로 하는 부모 때 문에 공부하기가 싫어진다, 더 이상 대화를 나누고 싶지 않다고 말하는 얼굴이 우울하다. 그러자 조용히 있던 한 아이가 말했다. 자기 부모는 ‘이모’ 유형인데 시험을 잘 쳐도 별로 칭찬하지 않고, 못 쳐도 야단치지 않아서 공부해야 할 동 기를 잘 못 느끼겠다고 했다. 시현 아빠 유형의 부모를 둔 아이들은 이모가 좋 아 보이지만, ‘이모’의 자녀들은 ‘시현 아빠’가 자식에게 더 사랑을 쏟는 것처럼 느낀다. 모임 학생 전체에게 물으니 부모가 이모 유형이라고 답하는 아이들이 더 많았 다. 요즘 부모들은 시현 아빠 같은 유형이 많지 않을까 했는데 의외였다. 도시 변두리에 위치한 학교의 특성인지도 모른다. 생활에 쫓기는 바쁜 부모이거나, 자유로운 교육관을 가졌거나 둘 중 하나일 텐데 전자가 더 많지 않을까 싶다. 그 아이들은 이모와 같은 부모에게 좀 아쉬운 마음이 있는 듯했지만, 불만이 많아 보이진 않았다. 부모의 사정을 잘 알기 때문일 것이다. 그러나 시현 아빠처럼 자식을 자기 뜻대로 ‘푸시’하는 부모의 자녀들은 달랐다. 학원을 마음대로 등록하는 엄마, 자기 인생과 꿈에 대해서 미처 생각해볼 겨 를도 없이 장래 직업까지 정해주는 아빠에 대해서 상기된 얼굴로 비판했다. 이 제껏 따르긴 했지만 갈수록 반발심이 커진다고 했다. 부모님께 그런 마음을 말 해봤느냐고 물으니, 시도해봤지만 부모의 힘에 맞설 수가 없단다. 대체 그 부모 노릇이 무엇이기에, 부모와 자식 간의 보이지 않는 연결고리들이 이렇 게 자식을 옭아맬까. 다들 한 번쯤 듣고 자란 말, 다 너를 위해서야, 너를 사랑해서 그 런 거야. 그런데 그런 말을 들은 자식은 단 한순간도 행복할 수가 없다. 사랑을 받으 면 행복해야 하는데, 그 사랑 안에서 자유로워야 하는데 말이다. 그렇다. 자식에게 필 요한 것은 사랑을 구실로 한 속박이 아니라, 사랑을 전제로 한 온전한 믿음과 지지 다. 그것만이 아이를 자유롭게 하며, 자신의 독특하고 온전한 방식으로 세상이라는 틀을 깨고 나올 수 있게 한다. _한 아빠를 외면하는 시현의 마음에 정말 공감된다는 학생이 써보낸 소감의 일부 분이다. 얼마 전 ‘대화’를 주제로 한 수업에서도 부모와의 소통 문제에 대해 글 을 쓴 아이들이 많았다. 부모와 자식은 서로 사랑하는 줄은 알고 있으나, 잘 표 현하고 잘 이해하지 못하여 상처 입고 종종 대화가 단절된다. 일방적으로 말을 쏟아내는 부모 때문에 자신은 ‘말이 몸 안 에 가득 차서 목이 붓는 듯했다’고 쓴 아이 도 있었다. 아이들의 입을 통해 듣는 ‘부모의 역할’ 교사들은 아이들의 이야기를 안타깝게 들 었다. 교사도 자유와 강제의 조화 속에서 갈등하는 부모이기도 하지만, 아이들의 입 을 통해서 듣는, 부모의 역할이란 어떠해야 하는가는 명료해 보였기 때문이다. “너희 나 이에는 부모님을 이길 수 없을 것 같지만, 결국엔 자식을 이기는 부모는 없다”고 선생 님들은 공통적으로 말했다. 부모의 뜻을 따 르지 않고 자신의 선택으로만 살았다는 선 생님, 부모가 원하는 것과 자신이 원하는 것 을 절충한 선생님, 부모는 관여할 여력이 없 었기에 모든 것을 스스로의 힘으로 이루며 살았다는 선생님들은 나름대로의 인생 경 험으로 아이들에게 조언을 해주었다. “정말 이건 아니다 싶으면 부모님을 설득해 라. 설득하려면 먼저 신뢰감을 주어야 한다. 학업만이 아니라 생활 전반에서 믿음직스런 모습을 보이면 부모님들도 너희의 말을 진지 사실 신의 대역을 맡은 부모처럼 어려운 역할도 없다. 그래서 부모들이 자유와 강제 사이에서 시계추처럼 흔들리고 휘청거리기도 한다는 것을 자식들이알아주기를.

페이지
책갈피 추가

3페이지 내용 : 40 Weekly Education Magazine 하게 들어주실 것이다. 그래도 힘이 달리면 선생님들도 도와줄게.” 이런 대화 자리에 부모들이 함께했으면 싶었다. 아이들이 어떻게 느끼고 있는 지, 아이들의 생각이 얼마나 또렷하고 의젓한지. 이런 말을 하는 학생들은 대 체로 자기관리 능력이 우수한 아이들이었다. 부모들이 그렇게 억누르지 않아 도 스스로 조절하면서 잘해나갈 수 있을 모범생들이다. 그동안 부모의 강제가 아이들에게 그런 자기관리 능력을 키워주었는지도 모르지만, 지금부턴 아이 들에게 자유의 폭을 조금씩 넓혀주는 것이 좋을 텐데. 덜 자란 현재의 작은 틀 안에 미래를 가두려는 것이 아닌가 싶은 마음도 든다. 자유와 강제 사이, 부모도 흔들리는 존재 부모의 역할에 대한 진지한 독서와 토론은 가족, 핏줄, 나아가 인간 존재에 대 한 깊이 있는 성찰로 이어진다. 다음과 같은 수준 높은 글을 읽으면 교사들은 기쁘다. 이모와 설이는 피가 이어지지 않은 남이다. 그래서 그런지 이모는 설이에 대한 믿음 은 있지만 기대는 없다. 무관심하다기보다는 설이를 자기 딸, 피가 이어진 사람, 내 분신으로 보는 게 아니라 그냥 ‘설이’라고 보는 것 같다. 반면 시현이는 유복한 가정에서 부모님의 사랑과 기대를 받고 자랐다. 설이가 태어 나면서 줄곧 받아온 관심이 동정에 가깝다면, 시현은 두 사람의 애착이다. 나는 시현 에게서 투명하게 나를 볼 수 있었다. 부모님이 가진 콤플렉스를 받기도 하고. 뭐든 잘하라고 뭐든 제공받는다. 비록 시현이 아버지가 시현이를 ‘시현이’라고만 보는 것 같지는 않지만 나쁜 부모라고는 할 수 없다. 나는 이 두 아이의 사례를 읽으며 과연 어느 쪽이 더 나은 부모일까 생각했다. 왜냐 면 나는 두 가지 사례를 모두 알고 있기 때문이다. 우리 엄마는 부모님께 큰 기대를 받지 못하고 자라셨다. 엄마는 그래서 항상 자기가 지원을 받았었더라면 하고 생각 하신다. 하지만 반대로 엄마는 내게 너무 관심이 많다. 내가 생각하는 내 그릇보다 큰 기대를 가지고 계셔서 나는 가끔 시현이처럼 숨이 막힌다. 이렇게 양극의 두 부모의 사례를 알고 보니 책을 읽고 나서 생각이 많았다. 부모란 뭐고 누군가를 기른다는 것은 뭘까? 이모와 설이가 피가 이어져 있었다면 어땠을까. 피로 모든 게 연결되는 것은 아니지만 어째서인지 대부분의 사람들은 이 점을 중요 하게 생각한다. _영 부모들이 가장 두려워하는 것은 자식의 불행이다. 그래서 자식이 행복하게 살 도록 온갖 좋은 것을 쏟아붓는다. 하지만 때로 그 행위 자체가 자식을 불행하게 만들 기도 한다. 사실 신의 대역을 맡은 부모처럼 어려운 역할도 없다. 그래서 부모들이 자유 와 강제 사이에서 시계추처럼 흔들리고 휘 청거리기도 한다는 것을 자식들이 알아주기 를. 행복과 불행은 인간의 의도와 무관하게 닥치기도 하는 것을 간파한다면, 그래서 겸 허를 실천할 수 있다면 모두는 훨씬 평화롭 고 행복할 것이다. 하나의 정답은 없지만 다 음과 같은 자식-학생들의 후기에서 부모- 선생의 길을 발견하게 된다. 사실 난 지난 모임에서 나의 얘기를 제대로 하 지 못했다. 내가 이때까지 너무 많은 스트레스 를 받아서인지 얘기를 하다 눈물이 날 것 같았 기 때문이다. 하지만 이런 내가 조금이나마 말 한 얘기에 선생님들께서 공감해주시고 조언도 해주셔서 많은 것을 얻게 되었다. 이 모임에 참여하기를 정말 잘했다는 생각이 들었다. 정 말 좋은 시간이었다. _민 나의 부모님은 설이 이모 같은 분이신데, 나는 부모님께 완전히 만족하는 것은 아니지만 시 현이 부모님보다는 낫다고 생각한다. 왜냐하 면 나는 자녀가 하고 싶은 꿈을 찾도록 도와주 는 것이 부모의 역할이라고 생각하기 때문이 다. 나는 부모가 자녀에게 100 % 완벽할 수는 없다고 생각한다. 부모도 인생에서 처음으로 부모이기 때문이다._준

탐 색